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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감수성으로 풀어낸 '최고의 과학'

'무지개를 풀며'<br>리처드 도킨스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신은 존재하지 않고 종교는 허상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등 종교 문제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 ‘만들어진 신’이 인기를 끌었다. 도킨스의 또 다른 책이 최근 번역됐다. ‘만들어진 신’보다 8년 앞서 출간된 1998년 작품이다. 책은 우주의 원리, 소리가 전달되는 현상, 사람 뇌의 진화 과정 등 과학의 총체를 담은 교양서이다. 번역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만들어진 신’은 평소의 도킨스 답지 않게 지나치게 도발적이었다”며 “이 책은 종교와 비과학의 불합리성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했다”고 평했다. 도킨스는 과학이 딱딱하고 차갑다는 세간의 인식의 탈피하려고 책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책에는 워즈워스, 키츠 등 유명 시인들의 시가 등장하며 저자는 이를 과학적 원리를 밝히는 논증과 반증의 예로 사용한다. 제목 ‘무지개를 풀며’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키츠의 장편시 ‘라미아’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키츠는 뉴턴이 무지개를 프리즘으로 분석해 시적 감흥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도킨스는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한다. ‘뉴턴이 무지개를 풀면서 분광학이 태어났고 분광학은 우주의 신비를 알도록 도와줬다. 예전에 막연히 멀고 크게만 느꼈던 우주에 관해 더 많은 부분을 새로 알게 됐고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9쪽)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최고의 과학은 시적 감수성이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 그는 나쁜 시적 과학이 상상력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다며 당대 최고의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를 비판한다. ‘굴드의 극단적인 시각은 표준 다윈주의 모델과 현저히 다르며 절대 양립하지 못한다. 또한 곧 폭로될 바와 같이 누구나 엉터리임을 알 수 있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304쪽)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미스터리에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햄릿의 대사를 인용하며 조언한다. “당신 철학이 상상한 것보다 천상과 지상에는 훨씬 많은 것들이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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