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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글로벌 유동성의 비이성적 과열

글로벌 경제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종말을 맞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 엔화를 대출받아 고수익 자산에 투자됐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원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신흥국가의 자산을 걸신들린 듯 사들였다. 15~16세기 중세 유럽의 투자자금이 국가의 보호와 지원 아래 향료와 금ㆍ은 등 높은 수익을 안겨줬던 재화(財貨)를 찾아 신대륙 발견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것처럼 글로벌 유동성은 엔캐리 트레이드를 등에 업고 고위험 자산에 집중됐다. 신흥시장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된 땅’으로 인식했을 뿐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위험은 애써 외면했다. 최근 신흥국가 경제의 혼란은 글로벌 경제의 비이성적 과열이 종착역에 도달했음을 반증한다. 천재지변을 먼저 감지한 쥐들이 살길을 찾아 재빨리 도망가는 것처럼 신흥시장의 위험자산 파티에 빠져 있었던 글로벌 자금이 비이성적 과열의 결과를 예측하고 서둘러 발을 빼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주가지수(BOVESPA), 멕시코주가지수(IPC), 아르헨티나주가지수(MERVAL) 등 신흥시장 증시는 글로벌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수직낙하하고 있고, 이들 국가의 통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검은 화요일’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엔화에 비해 7% 떨어졌고 멕시코 페소와 브라질 레알화도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비이성적 과열의 종말현상은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주택 구입자들은 통상 금융기관에 집값의 10~20%를 일시불로 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주택가격 하락과 시중금리 상승으로 디볼트(채무불이행)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대출하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뿐 아니라 신용도 중간에 해당하는 알트-에이(Alt-A) 모기지 파산율도 증가하면서 대출자들은 신용불량에 허덕이고 있고, 금융기관들은 불어나는 대손충당금 적립에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합리적인 투자선택을 하지 않고 대중들이 타고 가는 악대차(밴드왜건)에 무심코 뛰어오른 비이성적 과열이 빚어낸 결과다. 정책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담보대출 창구지도에 나서고 있고 검찰도 모기지 업체의 분식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비이성적 과열로 야기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일단 잡혔다고 자신하기보다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비이성적 과열이 또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정책점검을 다시 한번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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