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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인데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려면 이 같은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딜레마입니다." 중국 칭다오(淸島)에서 한국국제학교(이하 청도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이태희(45) 이사장은 "주재원들과 현지의 개인사업자들은 자녀들을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이들이 보기에 한국의 교육과정은 따라가지 못한다"며 한국 교육당국의 틀에 박힌 '탁상행정'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융통성 없는 정책이 깔려 있다. 지난 2004년 중국 정부에서 승인 받은 청도국제학교는 여러 가지 지원을 포기하면서도 우리나라 교육과학기술부의 인가는 받지 않았다. 그 까닭은 국내 학교와 동일한 교육 과정을 운영해야 해 자율성이 그만큼 떨어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국내 규정을 따르면 영어 등 외국어 수업에 수업 시수의 8%, 주당 3~4시간 밖에는 편성할 수 없다"며 "해외 한국국제학교에는 현지의 특성에 맞게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교과부 인가를 받지 않아 학생들이 쓰는 한국 교과서를 매년 교직원들이 학기 시작 전 귀국해 구입해가야 하는 형편이다. 이 이사장은 "비록 해외에 있지만 재외동포 자녀들은 미래 대한민국의 큰 자산인데 재외 청소년 교육에 정부가 무심한 것 같다"면서 "법적인 형태가 어떻든 우리 아이들에게 국어ㆍ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인데 교과서 정도의 지원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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