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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7월11일] 니콜 오렘


니콜 오렘(Nicole Oresme). 철학과 천문학ㆍ수학ㆍ정신분석학ㆍ음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프랑스의 신부다. 경제학 태동 이전의 경제학자로도 기억된다. 그레셤보다 200여년 앞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원리를 제시했으니까. 1323년 가난한 집안에서 출생한 그는 재능을 눈여겨본 교회의 지원으로 신학과 미학을 공부하던 중 왕세자(훗날 샤를 5세)와 교분을 맺으며 출세 가도를 달렸다. 박학다식했던 그가 가장 관심을 쏟았던 분야는 수학과 천문학. ‘지구가 둥글다면’ 세계를 도는 데 선박편으로 4년 1,575일이 걸린다는 계산을 내놓은 적도 있다. 경제학에서의 업적은 1371년 펴낸 ‘화폐의 기원, 본성, 법률, 변경에 관한 논고’. 흑사병과 인구 감소로 세입이 줄어든 각국이 화폐의 금이나 은의 함유량을 줄이는 풍토에서 악화는 통화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비판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그를 ‘최초의 통화주의자’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그는 필요시 개악도 할 수 있다고 봤다. 백년전쟁 초기 영국군에 포로로 잡힌 국왕 장 2세의 몸값으로 금화 200만 크라운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악화를 주조해 통화 공급을 늘린 배경에도 ‘통화는 공동체에 속하기 때문에 위급한 경우 화폐를 변경해 (함량을 낮춰) 돈을 만들 수 있다’라는 오렘의 지론이 깔려 있다. 애국심이 남달랐는지 그는 ‘프랑스어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언어’라는 말도 남겼다. 영국에 점령당한 국토를 되찾고 경제를 부흥시켜 현왕(賢王)으로 불리는 샤를 5세의 선정에도 평생의 자문관이자 친구였던 오렘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오렘은 샤를 5세의 사망 2년 뒤인 1382년 7월11일 눈을 감았다. 빼어난 학문도 그렇거니와 현군과 명신(名臣)의 콤비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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