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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음악 거장들에 끼친 영향은?

■ 베토벤의 가계부 (고규홍 지음, 마음산책 펴냄)


모차르트ㆍ베토벤ㆍ로시니ㆍ쇼팽 등 20세기 서양 음악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음악의 거장들은 대부분 생전에 가난을 면치 못했다.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는 오선지 살 돈이 없어 빚을 낼 정도였으며, 쇼팽은 끼니를 잇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다. 의대에서 해부학 실습이 무서워 도망쳐 극장을 전전했던 베를리오즈는 부모의 버림을 받아 하숙방도 얻지 못했다. 생활에 쪼들렸던 이들에게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한림대, 인하대 겸임교수이자 클래식 애호가인 저자는 불멸의 신화로 남아있는 거장들을 경제적인 측면을 추적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클래식의 이미지에 가려있었던 음악가들이 밥벌이로 골머리를 썩이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제적ㆍ사회적 변화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다. 당시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시민계급이 봉건귀족으로부터의 예속을 거부하고 독립과 자유를 추구하는 격동의 시대였다. 귀족들의 후원에 의해 음악을 만들었던 음악가들 역시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생계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사회적인 변화가 새로운 음악의 탄생을 이끌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서투른 산수 실력으로 가계부를 쓰면서 구두쇠가 돼야 했고, 쇼스타코비치는 극장에서 피아노 반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밥벌이를 위해 투쟁했던 그들의 삶을 통해 음악가으로서의 자의식을 키워나갔던 과정도 소개한다. 베르디, 슈트라우스 등은 저작권 쟁취를 위해 작곡가 위에 군림했던 극장의 횡포에 대항해 나갔다. 돈은 이들에게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지 않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활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던 것.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사회적인 변화의 맥락을 연결한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일상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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