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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믿음과 희망의 정책을

김진영<건대 경제학과 교수>

[기고] 믿음과 희망의 정책을 김진영 김진영 자본주의경제는 역사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나타나는 순환적 변동을 경험해왔으며 순환적 변동이야말로 자본주의경제의 특징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변동으로 인한 몇 차례의 단기경기침체를 논외로 한다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시기를 겪기 전까지 불황의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만 예외적으로 순환적 변동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는 분명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기부양책 부작용 더 클수도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는 순환적 불황이라는 시각에서만 볼 수 없는 몇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불황의 정도를 볼 때 경기침체나 불황이라는 단어로는 실감나지 않을 만큼 국민들은 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순환적 불황에 대응하는 경기부양정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현재 정부가 어떠한 거시정책도 실시하지 않는 것은 일단 다행이다.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된 경기부양책으로는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지도 못할 뿐더러 미래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신용불량자 문제를 통해서 우리는 단기간에 경기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더 깊은 수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상황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에게 계속 요구하는 분명한 주문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정부를 비판하는 많은 목소리들이 들리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사항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것은 지금의 심각한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몰아넣은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구조적인 어려움을 탈피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각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각 분야의 정책을 아우르는 정책기조에 대해서 말할 때 장기적 안목을 갖춘 일관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장기적 안목은 정부가 단기적 성과와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기본시각을 유지할 때 갖춰질 수 있다. 한편 일관된 정책은 민간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안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 안목에 근거한 정책의 일관성을 이야기할 때 지난 80년대의 미국정책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80년대 볼커(Volker) 연방준비위원장(우리나라의 중앙은행장) 시대에 미국경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통화량 공급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왔다. 부분적으로는 이 정책의 여파로 83년의 실업률이 10%에 이르는 등 미국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를 보면 84년과 85년, 86년에 걸쳐 물가상승률이 4% 이하로, 87년에 이르면 실업률도 6%대로 떨어지게 된다. 실업이라는 커다란 희생을 감수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은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장기안목으로 일관성 유지해야 이러한 정책은 분명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없었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된다. 일단 물가가 잡힌 후 90년대 그린스펀(Greespan) 시대에 들어서는 낮은 물가상승률과 낮은 실업률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른바 ‘신경제’의 장기 호황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전에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대한 민간의 믿음과 적응이 큰 몫을 했다.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정부 내에서 의견조율이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정책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 내에서 의견조율이 잘 안된 채 언론에 흘러나오는 잡음이나 정부 내의 갈등은 경제주체들에게 혼란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미국의 예에서 연방준비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은 경제정책 일관성유지에 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부처별 입장 차이나 청와대와 경제부처 사이의 정부 내 갈등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있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 내의 의견조율이 이뤄지면서 일관된 정책기조가 형성되는 신호가 보이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4-09-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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