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의 전원도시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지난해 말부터 '작은 정부' 실험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예산 부족액을 벌충하기 위해 시정부가 제시한 재산세 인상을 부결시키고 대신 민간 자원봉사로 공공의 역할을 대신해 시 살림을 꾸려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콜로라도 스프링스 주민들의 야심찬 실험이 성공을 거둘 지 미국 지방자치단체와 행정학자들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공군사관학교가 위치한 인구 40만의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기독교 전통이 강한 백인 위주의 도시. 콜로라도주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임에도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압도적 몰표를 몰아준 바 있다. 특히 큰 정부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해 10년 전에는 시 정부가 함부로 세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납세자권리장전'을 채택한 바 있다. 시장과 시의원은 연봉이 6,250달러에 불과한 시간제 직(part-time jobs)이다. 지방 정부가 의당해야 할 공공서비스를 줄이면 시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시민들이 공공 서비스를 줄이고 공공시설을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고 시 정부에 대한 불신도 높다고 WSJ은 전했다. 시 의회에는 돈 먹는 하마인 커뮤니티센터를 폐쇄하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지역 언론사에는 경찰서와 소방서를 더 축소해야 한다는 독자투고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난에 빠진 시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줄이자 시민들이 대신 나섰다. 시민들은 시정부가 128개 공원 내 쓰레기 통을 폐쇄하자 쓰레기 수거를 위한 자원 봉사단을 조직했다. 경찰서와 소방서 조직이 축소되자 택시 운전자들은 줄어든 경찰관을 대신해 순찰 활동을 하고 있고 공원 내 수영장은 관리 운영비를 개인 수영 강습비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산 삭감에 따라 2만4,512개에 달하는 도시 가로등의 30%는 지난 2월부터 더 이상 켜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 집 앞 가로등을 점등하려면 연간 100달러를 내야 한다. 공원 잔디 깎기는 인근 주민의 몫으로 돌아갔고 공영 버스는 주말과 야간 운행을 중단했다. 신 페이지 시의원은 "큰 정부 없이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재정난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작은 정부 운동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몇몇 자원 봉사자들의 희생이 앞으로 지속될 지 의문스럽다며 이런 실험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무임승차 논란도 제기된다. 시의원을 지낸 상공인 리처드 스콜맨씨는 "시민들이 맡은 일은 하지 않는다면 시 차원에서 좀 더 광범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WSJ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실험은 새로운 것이어서 성공을 거둘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몇몇은 지금까지 성공을 거뒀으나 저소득층은 방과후 탁아프로그램 등 공공프로그램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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