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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中기업 글로벌 경쟁력
입력2005-07-05 17:42:38
수정
2005.07.05 17:42:38
아직은 초라한 성적표…"미래에 투자"<br>경제안보 차원 5년간 기업사냥에 80억弗 투입<br>경영 노하우 부족·저가품 못벗어나 곳곳서 쓴맛<br>'차이나 달러' 풍족…M&A시장 영향력 더커질듯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中기업 글로벌 경쟁력
아직은 초라한 성적표…"미래에 투자"경제안보 차원 5년간 기업사냥에 80억弗 투입경영 노하우 부족·저가품 못벗어나 곳곳서 쓴맛'차이나 달러' 풍족…M&A시장 영향력 더커질듯
『 중국 기업들의 진군 나팔 소리가 요란하다. 대륙을 빠져 나와 세계, 특히 미국을 향한 동진(東進)이다. 미국이 당황할 정도다. 그런데 그 진군의 뒷면을 찬찬히 보니 희생도 적지 않다. 중국 기업 글로벌 경쟁력의 실체는? 차이나 해외 경영의 현주소 그리고 미래를 진단해본다. 』
지금 중국이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 를 꽂은 곳, 그리고 꽂으려 하는 곳. 구미 선진권의 내노라 하는 기업들이다. 중국의 전진(前進)이 찝찝한 미국의 조야가 법석을 떨고 있지만 추세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외국 기업 사냥은 마음대로 될까. 더구나 상대가 세계 최강국 그것도 전략적으로 민감한 산업 분야를 상대로 한 벅찬 승부인데 말이다. 실제 지금까진 별로 실속 없는 공세다. 그러나 넘어져도, 넘어져도 앞으로 나가고 있는 중국 기업의 세계 지배가 현실이 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 안보 차원 줄 잇는 해외 거점 확보=글로벌 기업 육성에 관한 중국의 장기 목표는 야심차다.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500대 기업 내 초대형 다국적 기업 50개 진입. 그 외 중형 다국적 기업 500개, 소형 다국적 기업 5,000개 육성이 목표다. 정부가 나서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정책적으로 독려시킨 건 지난 1999년. 6년이 지난 지금 중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 대륙을 향한 발걸음이 빠르다.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지난 5년간 해외기업 인수 및 합작과 현지법인 신설 등에 쏟은 돈은 약 80억 달러.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 2,300여개 회사가 중국 국적을 달고 탄생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대비 78%가 늘어난 34억 달러를 투자, 829개 해외법인이 만들어 졌고 올해는 상반기만 이미 투자 규모가 수백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추진된 외국 회사의 합병 사례 중 대표적 케이스가 지난 3월 마무리 된 렌샹의 IBM PC 부문 인수다. 중국 제1의 가전회사 하이얼의 미국 메이택 인수는 현재 추진 중이며 중국해양석유공사의 미 8위 에너지기업 유노칼의 인수를 놓고는 지금 미-중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중국의 이 같은 외국 기업 사냥은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경제 안보적 차원으로 진행되는 정황이 뚜렷하다. 에너지 분야 등에 투자가 집중된 것 등이 그걸 의미한다. 인수방법도 과거 80년대 일본에게선 볼 수 없었던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부족한 인수 자금을 메꾸는 미국식 방법이 차용되고 있다. 이래저래 미국에게는 신경 쓰이는 상황이다.
▦기업 사냥 실속 있나=“1980년대 일본이 넘치는 달러로 해외시장에 마구 진출하다 나중에 엄청난 후유증을 겪은 사례를 중국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5월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이 베이징 포럼에서 한 경고다. 중국 기업들의 빠른 글로벌 경영확대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의 충고의 이유가 드러난다.
지금 중국이 추진하는 것은 이른바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직접투자) 전략. 이름없는 자신들의 제품을 미국 브랜드로 포장해 되팔아 먹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어쨌든 문제는 현재의 수익. 사례를 보자. 우선 하이얼의 경우다. 회사 글로벌 경영의 지휘 본부, 하이얼 아메리카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주력 제품인 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판매 대수 기준 1.4%. 저가 제품이 대부분인 관계로 판매 대금 기준으론 통계조차 잡히고 있지 않다. 수익성은 물론 마켓 타깃조차 전망이 없는 분야다.
통신사 TCL. 지난해 탄생한 TCL-알카텔 합작 법인은 연이은 적자 행진으로 결국 프랑스 알카텔측이 합작 파기를 선언했고 TV 부문 톰슨과의 제휴도 TCL측의 밑진 거래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IB MPC 부문을 인수한 렌샹의 경우도 그렇다. 17억 달러의 거금을 들여 사들인 IBM PC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설상 가상으로 지난해 렌샹의 인수계획이 발표된 이래 IBM 중국 법인 직원의 3분의 1이 퇴사했다. 수익 추락과 함께 인사관리 양면에서 회사는 벽에 부딪혀 있다.
최근 사례를 통해 본 해외 진출 중국 기업들의 고민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영의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다. 중앙 정부의 지원과 계획에도 불구 피 인수기업과 진출한 국가의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도 큰 약점이다. 제품 고급화 및 다각화 및 브랜드 세계화 등은 현재 중국 기업들이 가진 한계이며 풀어야 할 숙제다.
▦이어질 파상 공세…미래를 본다=중국 기업들의 외국회사 사들이기는 넘쳐 나?달러가 그 배경이다. 미국으로부터의 막대한 무역 흑자로 곳간에 쌓아놓은 이른바 ‘차이나 달러’가 실탄이다. 그 공세가 다가올 위앤화 평가절상과 함께 맞물릴 경우 그 규모가 더 커지고 빨라질 공산이 크다. 타깃 분야도 그렇다.
지금은 전략적 측면에서 정보기술(IT)과 에너지 등 기간 산업분야로 몰려 있지만 앞으로는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저가 물량 공세에서 고부가 분야로의 전환도 예상되는 수순이다. 특히 국제 M&A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이미 전세계에 네트워크화 돼 있는 막강한 화교 자본과 정보력이 동원될 경우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가히 세계적 파워를 가질 수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경우도 글로벌화 초기 시행 착오의 시기가 있었다. 중국의 합작 법인들 역시 지금 그 같은 시기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시행 착오가 이들이 글로벌 경영 경험을 습득하는 귀중한 경험으로 축적될 경우 앞으로 이들과 경쟁해야 할 서방 기업들이 가진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사사건건 부딪히게 될 한국으로선 아직은 다소 여유가 있는 지금 반보라도 격차를 더 벌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갈 길이 바쁘다.
입력시간 : 2005/07/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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