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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역마살

얼마 전 한 후배로부터 자기는 역마살(驛馬煞)이 끼었나 보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배는 해외업무를 맡고 있어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객지생활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역마살의 사전적 의미는 ‘늘 분주하게 다니게 된 액운’이다. 액운이라는 부정적 단어 때문이었는지 역술에서는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한 사주를 가진 사람을 흔히 역마살이 끼었다고 표현하면서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고는 한다. 역마살이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늘 분주하게 다닌다는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우리 국민은 역마살이 낀 것 같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06년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19명이 읍ㆍ면ㆍ동 경계를 넘어서, 12명이 시ㆍ군ㆍ구 경계를 넘어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이동률 산출의 최소 행정구역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교하기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일본의 시정촌(市町村)을 경계로 이동한 4.5명(2005년)과 미국의 군(county)을 경계로 이동한 5.3명(2005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인구이동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 국민의 ‘늘 분주하게 다니는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다른 통계를 찾아보자.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12세 이상 국민의 61.3%가 통근ㆍ통학인구이고 그 중 13.6%는 이동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설ㆍ추석 등 명절에는 친지를 방문하거나 성묘를 하기 위한 민족의 대이동이 해마다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는 각각 3,900만명과 3,400만명이 이동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전체인구의 3분의2 이상이 명절기간 동안 움직인 것이다. 국경을 경계로 하는 우리 민족의 이동도 활발하다. 600만명 이상의 재외동포가 한국국적을 갖고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고 한 해에 1,000만명이 넘는 내국인 관광객이 해외를 누비고 있다. 가히 이동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역마살에 대해 생각해보자. 집을 떠나 살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여겼던 과거 농경시대에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생활하는 것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액운이라고 생각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구이동은 다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거주지를 옮기고 전입신고서에 이동사유를 10명 중 8명이 직업이나 주택이라고 기재했다. 보다 나은 경제활동의 기반에서 꿈을 펼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이동을 감행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세계화시대의 지구촌에 살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촌락을 형성해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 재외동포와 해외관광객은 오늘도 지구촌을 무대로 분주히 움직이면서 다양한 이웃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역마살이 끼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것은 한국인의 성질, 바로 역동성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래서 필자는 세계화 속에서 살아가야 할 오늘날 우리 한국인의 ‘역마살’은 액운이 아니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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