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Please, Keep secret about my girlfriend.)” 미스터월드 룩셈부르크 대표 카를로 마리노(30)는 검지를 입술에 댔다. 애인 유무가 당락을 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 이역만리 한국에 도착한 지 어언 2주째라 일과가 끝나면 룩셈부르크에 있는 애인과 인터넷으로 화상통화하는 게 큰 낙이다. 마리노를 비롯한 제6회 미스월드선발대회(12~27일) 출전자는 IT 강국 한국의 인터넷 수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숙소인 골든스카이리조트에 도착한 지난 11일에는 국제전화를 사용했다. 그러나 로비에선 무선 인터넷이 공짜라는 사실을 안 12일부터는 국제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마리노의 애인은 화상통화하기 위해 아침에 외출을 자제한다. 마리노가 시간을 쪼개 한국시간 오후7시쯤 화상통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시차가 비슷한 몽골 대표 갈바드락 바다크(23), 태국 대표 라타산트 룽시립팁(24) 등은 오후7시부터 10시까지 프레스룸을 찾는다. 한국 취재진과 친분을 쌓은 덕분에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화상통화를 하고 e메일을 확인한다. 푸에르토리코 대표 조슈아 달마우(25) 등 미주와 중남미 지역 대표들은 자정부터 새벽2시까지 프레스룸을 지킨다. 밤잠을 설치면 푸에르토리코에서 아침을 맞은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 세계 각 곳에서 모인 미남 74명은 “우리나라에 있을 때보다 더 빠르게 화상통화를 즐기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