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빅4' CEO 경영전략 4人4色 인력 재배치등 효율성 제고… 베트남등 해외시장 적극공략청계천등 수도권에 추가 오픈… 지역 밀착형 멀티플렉스 운영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기업형 극장 체인이 국내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 CJ CGV가 지난 98년 서울 강변에 1호점을 개관한 이후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가 뒤따라 진출하며 극장업계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전국 스크린 수 2,000여개. 호황기도 누렸지만 최근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만 않다. 업체들은 해외진출과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등 어려운 시기 경영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성향별 기업 생존 전략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관심거리다. 그들을 통해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진로를 진단해본다. ◇엔터사업 개척한 ‘불도저’ = 최근 그룹인사 이동으로 CJ CGV의 수장을 맡게 된 하대중 신임대표이사는 그룹 내에서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77년 제일제당(현 CJ)에 공채로 입사한 뒤 멀티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사업 부장을 거쳤다. 90년대 드림웍스 합작투자 실무에도 직접 관여한 초창기 멤버. 그의 스타일은 ‘덕장’과 같은 온화한 성품에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지녔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 하 대표 취임 이후 경쟁사들은 벌써부터 CGV의 행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내 브레인인 경영지원실장의 경력을 살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특히 요즘 CGV는 그룹 내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인력 운용과 경영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따라서 강한 추진력과 빠른 의사 결정이 돋보인다는 평판에 걸맞은 ‘특단’의 조치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장고(長考) 타입 ‘건설맨’ = 지난 2003년 취임한 뒤 5년 동안 롯데시네마를 이끌어 온 김광섭 대표는 영화계 대표 중 독특하게 ‘건설맨’으로 통한다. 영화와 다소 무관한 경력의 김 대표가 오랫동안 무난하게 롯데시네마를 이끌어온 데는 그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극장사업은 본질적으로 출점 점포의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동산’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호텔과 롯데건설을 거쳐 롯데쇼핑에서 기본기를 익힌 김 대표가 장수할 수 있다는 것. ‘지식경영’을 중시한다는 김 대표는 건설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기획ㆍ관리 스타일에 가까워 밀어붙이는 추진력보다 결정을 내릴 때 여러 번 생각하고 결정하는 ‘장고형’. 실제 김 대표 취임 이후 롯데시네마는 업계 ‘빅3’로 도약한데 이어 홍대 등 주요 상권에 잇달아 진출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으로 처음으로 베트남에 멀티플렉스를 진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김 대표가 올해 해외진출의 원년으로 선언, 연내 하노이 등에도 추가로 출점할 방침이다. ◇언론노출 꺼리는 외국계 ‘은둔형’ CEO = 지난해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에 매각된 메가박스는 한국계 외국인 짐 은(한국명 은진혁) 맥쿼리증권 전무가 지난해 8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은 대표에 대해 언론에 알려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심지어 메가박스 내부에서도 외부에 문의한 이후 간신히 프로필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0년 31살의 나이에 다국적 기업 인텔코리아 사장에 취임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8개월만에 중도 하차한 뒤 국내 경영 일선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지난해 오리온 그룹이 메가박스를 해외 매각하면서 다시 주목 받게 됐다. 은 대표는 미 MIT대에서 전기공학을, 퍼듀대에서 반도체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맥쿼리증권에서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언론 노출을 꺼리다 보니 그에 대한 억측도 다양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은 대표가 메가박스를 떠난다는 소문도 나돈다. 그와 더불어 맥쿼리가 메가박스를 매각할 의향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리 능력 뛰어난 ‘삼성맨’ = 올해 1월 프리머스시네마로 옮긴 정성모 대표는 83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20여년 몸 담다가 관계사인 제일모직에서 근무한 전형적인 ‘삼성맨’. 삼성물산 영국 주재원으로 장기간 근무한 이력 탓에 영국 신사풍의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젠틀한 외모와 달리 업무에 있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다소 ‘까칠한’(?) 스타일이라는 평. 또 공과 사를 확실히 분리할 뿐 아니라 업무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예전에 몸 담았던 회사 임직원들로부터의 전언이다. 프리머스시네마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경영 효율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 실제 정 대표이사는 최근 본사 직원들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 본사 마케팅팀 직원 등 다수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지역 밀착형 멀티플렉스라는 ‘네이버플렉스(Neighbor-Plex)’ 컨셉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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