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고 자르고 이어붙이고 또 물들이고… 촘촘히 종이를 세우고 층층이 겹을 쌓아가는 송광익 화백의 작업 과정은 마치 농사를 일구는 농부와도 같다. 관조의 세계와 노동의 숭고함을 정성스러운 조형미로 표현한 그의 신작들이 인사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 작가는 2차원의 종이를 화면 위로 일으켜 세워 평면작품임에도 입체와 같은 웅장한 기운을 뿜어낸다. 또 오리고 붙이는 과정에서 캔버스 내에 밭고랑 같은 작은 공간을 이루어 규칙성과 리듬감도 가미했다. 이 때문에 단색조의 잔잔한 작품에서는 생동감과 소리가 감지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독창적인 화면 구성과 재료에 대한 이해는 종이라는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어 공간을 지배하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반복된 실험과 재료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그 안에 노동의 희열을 담아냈다"고 설명한다. 그 어떤 말보다도 노력과 열정의 가치를 직접 눈과 오감으로 확인하는 것만이 작가 정신과 소통하는 열쇠다. 21일까지. (02)735-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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