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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得보다 失이 큰 지준율 인상
입력2006-11-23 16:51:20
수정
2006.11.23 16:51:2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것은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과잉유동성이라고 보고 이를 흡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걱정이다. 지준율을 올릴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지난해 10월 이후 콜금리를 다섯 차례나 올렸는데도 민간신용이 급증해 통화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올들어 10월까지 민간신용은 총 통화기준으로 154조원이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16% 늘어났는데 이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지나친 대출경쟁과 해외자금유입 등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준율을 올리면 예금 은행들은 인상률만큼 여신규모가 줄어 시중에 풀리는 돈도 그만큼 감소한다. 유동성이 줄어들면 부동산시장의 과잉유동성도 줄어 투기수요도 어느 정도 감퇴할 것이다. 그러나 유동성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중에 돈이 줄면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11ㆍ15대책’으로 이미 시중은행들이 한차례 금리를 인상한 터에 지준율 인상으로 금리가 또 오를 경우 서민가계는 더 힘들어진다. 급전이 필요한 영세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쪽에 매달릴 것이다. 한은도 이미 가계발 금융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지준율을 인상했다. 자칫하다가는 이번 지준율 인상이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시중유동성 과잉은 한은의 지적대로 금융회사들의 대출경쟁과 쏟아져 들어오는 외화 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데다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참여정부 들어 각종 개발계획이 쏟아지면서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풀려 나갔다. 한쪽에서는 돈을 풀고 한쪽에서는 막는 전형적인 엇박자다.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통화긴축을 하면 경제가 추락할 위험이 있다. 집값 잡겠다고 지준율을 인상하는 것은 빈대잡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는 것과 같다.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넘치는 외화를 밖으로 돌릴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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