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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9월 8일] 검은 9월
입력2008-09-07 18:17:39
수정
2008.09.07 18:17:39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요즘 우리 경제는 ‘셉템버(September)’라는 피아노곡처럼 감미로운 선율을 타고 흐르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와는 반대로 한 여름 폭풍우가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가 번쩍대는 광경을 연상시킨다. ‘9월 위기설’을 배경으로 지난 1주일간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고 환율은 폭등했다.
경제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실문 부문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소비ㆍ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최근 들어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빨간색 글자를 올렸다. 지난 8월 들어서도 무역수지 적자는 32억3,000만달러로 증가세로 조사됐다.
우리 경제의 이런 불안한 모습을 영국의 더 타임스는 ‘블랙 셉템버(black September)라고 표현했다. 자칫하다가는 외환위기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로이터통신도 특히 이번달로 만기가 되는 70억달러의 외국인 보유 채권의 향방이 주목된다며 ‘방아쇠 효과’를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이 정도 금액은 8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2,470억달러의 3%에 불과하지만 워낙 민감한 시점이라 작은 충격 하나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는 심리다. 특히 금융은 참가자들의 심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실물경제 부문에서는 경제가 어렵다고 당장 공장을 안 돌리고 수출 계약된 상품을 선적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금융은 극히 유동화된 자산을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 어느 누구 하나가 불안감을 느끼고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 다른 참가자들도 연쇄적으로 위협을 느껴 주식이든 채권이든 모든 유가증권을 휴지조각처럼 내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정부의 시장개입은 더욱 성숙한 자세를 요구한다. 개발경제 시대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 때와 같은 구태의연한 행태로는 시장 참가가들의 신뢰를 얻어내기 어렵다. 지금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금융 부문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고 특히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성이 크게 높아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외국인들에게 크게 개방된 결과다. 이는 비단 우리 경제뿐 아니라 시장개방과 경제 선진화를 추구하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장기적, 추세적인 것이어야지 단기 성과에 치중해 시장과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미국발 신용위기로 국내시장을 떠나려는 외국 투자자들을 겨냥해 인위적인 저환율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자칫 투자자들의 이탈 기회만 늘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차라리 어느 정도의 고환율을 용인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안정과 나아가 우리 경제의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입장이 더 유연해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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