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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화적 차이와 무례
입력2006-12-27 16:35:35
수정
2006.12.27 16:35:35
[기자의 눈] 문화적 차이와 무례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한국인은 밤낮 없이 토ㆍ일요일에도 일한다.' '회장 방문 때 전사원이 도열한 채 경례하는 모습이 마치 마피아와 같다.' '한국 기업 주재원 부인은 집안일을 않고 쇼핑만 다닌다.' '아이들은 비싼 외국인학교에만 다닌다.'
최근 동유럽 중소도시의 지역신문에 실린 한국 기업과 주재원에 대한 기사의 일부이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유럽생산기지를 갖춘 국내의 한 대기업은 진출 초기 지역언론의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나라에서 한국인의 근면함과 교육열 등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낯선 이방인들이 갑자기 작은 도시에 들이닥치자 이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리 진출해 있던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언론을 앞세워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려 한다는 관전평도 있다.
일부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 초기 현지에서 치러야 하는 지역주민의 반발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가족과 개인 생활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동유럽 국민들은 잔업과 야근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 모든 교육과 의료를 지원하고 노후를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제도 아래에서 퇴근시간 이후의 작업은 그들에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다.
최근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 직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면서 한국의 기업문화를 머나먼 이국 땅에 이식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때로는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현지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한국 기업의 관계자들은 무례와 몰상식한 행동으로 현지 주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고 한다. 현지 여성근로자 앞에서 웃통을 벗고 작업하거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현지 직원에게 함부로 욕설을 퍼붓고 진흙이 잔뜩 묻어 있는 신발을 신은 채 현지의 고급 레스토랑을 드나들며 큰소리로 떠드는 등의 행동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체코에서 만난 국내 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에 진출하는 경우 하청 업체나 주재원 등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항의를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을 내세우고 너도나도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진출 초기 첫인상이 흐려지면 현지화 과정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적은 인력과 빡빡한 공사 일정 등에 쫓겨 현지 주민들에게 무례를 범하지나 않을지, 오해나 빈축을 사지 않을지 등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때다.
입력시간 : 2006/12/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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