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퇴직연금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각해 지는 대표적 요인중 하나로 퇴직연금 문제가 꼽히고 있다. 대표적 싱크 탱크인 카토연구소는 최근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확정급여형 연금제를 실시한 기업들이 연금기금 운용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고, 이에 따른 정부 부담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1위 자동차메이커 GM은 지난 2003년 연금결손분 193억달러를 충당하기 위해 17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확정기여형 연금제를 채택했던 미 최대의 지역전화회사 버라이즌 조차 주가폭락으로 지난 해 연금투자에서 42억달러를 날렸다. 미국 기업들의 연금 납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기업연금의 지급보증업무를 맡고 있는 연금혜택보증공사(PBGC)의 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퇴직연금 문제가 미국경제의 핵폭탄인 재정적자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PBGC는 지난 2002년 베들레헴철강과 US에어웨이그룹 등 152개 기업의 연금프로그램을 인수하면서 이미 11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2004회계연도 적자규모는 230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 2위 항공업체인 유나이티드항공(UA)은 4개 고용 연금기금에 83억달러의 납부금을 연체하고 있으며 올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금납부 중단을 선언 했다. 이렇게 되면 PBGC는 추가로 연금채무 64억달러를 떠안게 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노동부는 PBGC가 일년에 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보험료를 근로자 1인당 19달러에서 30달러로 58%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는 최근 이러한 연금 납부거부가 확산될 경우 PBGC는 엄청난 적자에 빠지게 되고 결국 미국 퇴직 연금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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