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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8월 21일] 주치의제도 도입하려면

대형병원으로 대표되는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비가 지난 2005년 1조2,000억원에서 2009년에는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감기질환 진료비수입도 병원급 이상에서 지난해에 2천억원을 넘었다. 의원 고유의 기능인 외래진료가 입원과 수술이 주기능인 대형종합병원이나 병원에서 비중이 커지는 추세는 의료자원의 왜곡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내원 일당 진료비가 병원급 이상은 의원에 비해 많게는 5배까지 비싸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재정은 물론 환자의 주머니도 그만큼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의료비·자원 낭비 차단 효과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에 1,000억원에 가까운 진료비가 소위 '빅5'를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급 이상에서 이러한 만성질환의 진료비수입이 많게는 연 80%까지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ㆍ당뇨병은 의원에서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아니 오히려 대형병원 등에서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동네 의원이 훨씬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진료를 할 수 있다. 단골로 다니는 의원이 있다면 환자를 지속적으로 살피며 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 대형병원은 동네 의원에서 치료와 진료가 얼마든지 가능한 환자를 고가장비와 유명 의사로 유인하고 의원은 빼앗기는 환자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보존하려 진료 횟수 늘리기, 피부과 등 비급여부문 진료 확대 등으로 눈을 돌리는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의원과 병원의 본래 기능과 역할은 깨지고 있으며 의료전달체계는 사실상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의원은 상급종합병원에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유럽 대부분 국가의 경우 응급 등이 아니면 1차 의료인 의원의 소견서 없이 병원에 가면 모든 진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엄격한 의료전달체계로 의료비와 의료자원 낭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주치의제도는 이러한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수단이다. 선진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주치의제도가 일반화돼 있으며 주치의제도를 운영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주민건강 수준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수없이 많다. 프랑스는 유럽 선진 국가들 중 늦은 편인 2005년에 주치의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국민의 90% 이상이 주치의를 갖고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환자는 주치의와 상담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주치의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평균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넘어섰을지라도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치의는 환자에 대한 꾸준한 진료와 관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건강수명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무너지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고 의원이 수입확보에만 매달려야 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도 바로잡을 수 있다. 의원들이 고가장비를 들여와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의료 인력 장기계획 마련돼야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와 일반의 등 의료 인력에 대한 장기수급계획수립,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 등 요건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무조건적으로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의식을 바꾸는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국민에게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 내부의 갈등, 병원의 빈익빈 부익부 심화, 다수 병원의 수익악화 등 폐해도 심각해질 것이다. 위기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각계의 의견수렴 등 구체적 논의에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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