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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17일] 한 금융인의 '아름다운 퇴장'과 '그림자'
입력2009-03-16 17:36:58
수정
2009.03.16 17:36:58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온 이인호 사장이 17일 43년이라는 오랜 금융인 생활을 끝내고 ‘아름다운 퇴장’을 한다. 그룹 관계자들은 ‘선장’ 세대교체와 이 사장에 대한 감회 때문에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이 사장은 금융인으로서 매우 선이 굵은 삶을 살아왔다. 그는 지난 1966년 한국상업은행에서 금융인으로 첫발을 딛은 후 대구은행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투신, 당시 소형 후발 은행이었던 신한은행을 현재 업계 선두를 다투는 금융그룹으로 끌어올린 공신이다.
그는 외환위기 여파로 금융계가 진통을 겪던 1999년 당시 신한은행장을 맡아 해외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웠고 2000년 초반에는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를 마련했다. 2005년 지주 사장에 오른 뒤에도 그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간 합병, LG카드 인수와 같은 현안을 처리하며 그야말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의 은퇴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에는 부러움과 넋두리가 섞여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이 사장에 대해 “요즘처럼 은행이 경제위기를 몰고온 죄인인 것처럼 취급 받을 때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 말에 담겨 있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시중은행들이 경제난의 주범인 것처럼 몰리는 상황에 대해 선배 금융인이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아름답게 퇴장하는 모습에 대한 부러움이다.
다른 한편에는 자조 섞인 한탄이 담겨 있다. 금융위기의 책임을 추궁 받으면서 금융인들이 패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모습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패기가 사라지면 금융선진국으로의 도전정신도 빛이 바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0년간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이 사장의 은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히 부러움을 넘어 후배 금융 일꾼들이 위기 돌파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금융산업이 경제난을 딛는 신성장동력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 격려가 되살아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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