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형 기업도시가 들어설 전북 무주 인근 진안군에 펜션을 짓고 있던 김모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농어촌정비법을 보고 공사 중이던 집을 몇 달 째 방치해두고 있다. 김 씨는 퇴직 후를 대비해 지난해부터 꼼꼼히 펜션 사업을 준비한 뒤 15평 짜리 5채를 짓는 것으로 계획을 확정하고 공사에 들어간 터였다. 하지만 정부가 농어촌 민박규모를 객실 수에서 면적으로 전환함에 따라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겼다.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7실 이하 펜션에 해당돼 숙박시설 등록절차가 필요 없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펜션업계가 성수기를 보내고 있지만 펜션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던 투자자들은 속속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펜션 매물도 시장에 나와있지만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무분별한 펜션 난립을 막기 위해 투자를 까다롭게 만든 탓이다. ◇민박기준‘45평 이하’가능성 높아=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외지인이 농어촌에 펜션을 짓고 민박영업을 하려면 주거지를 현지로 옮겨야 한다. 민박 규모도 객실 수(7실 이하)에서 연면적 기준(45평 혹은 60평 이하)으로 바뀐다. 농림부 농촌진흥과 관계자는“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45평 이하’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민박 기준을 벗어난 펜션은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한다. 숙박업은 외지인도 영업할 수 있지만 건축지역, 정화조, 소방시설 등에 있어서 엄격한 규정을 적용 받는다. 여기에 민박으로 지정되거나 숙박업 등록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안 내던 세금도 부담해야 한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민박영업 기준이 45평 이하가 되면 거주자용 15평을 뺀 30평으로 영업을 하게 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며 “정부가 전문적인 펜션 영업을 규제함에 따라 단지형 펜션은 점차 사라지고, 한 단지 내에서도 1~2채만 영업하는 소규모 펜션이 일반적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주자 위주로 재편될 전망=외지인의 펜션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지형 펜션은 수익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건축지역이 상업지역과 계획관리지역에만 가능해 상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한 소규모 펜션에 비해 입지여건 또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거주하면서 운영하는 펜션은 틈새시장으로서 여전히 전망이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경래 사장은 “펜션은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 사람보다 여윳돈을 가지고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이 찾는 상품”이라며 “펜션에 대한 규제가 자꾸 생긴다고 하니까 최근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거주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션창업 컨설팅업체 렛츠고펜션의 박민재 마케팅부장도 “일반적인 펜션업체는 보통 5~6실을 운영하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숙박업 적용이 안 된다”며 “최근 이들 업체는 평균 객실가동률도 여름 80%, 봄ㆍ가을 30%, 겨울 60% 등을 보여 선전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숙박업에 해당되지만 등록할 계획이 없다는 경기도 용인 A펜션 사장은 “정부가 산골짜기에 있는 펜션을 일일이 체크할 수 없다”며 “형식적인 단속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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