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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1월 4일] 따귀의 추억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청소당번이어서 수업을 마친 뒤 걸레로 교실 앞 복도의 마루를 닦고 있었다. 심심해서 그날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를 불렀다. 저쪽 복도에서 옆반 담임교사를 하던 여자가 오라고 했다. 갔더니 무작정 따귀를 때렸다. 10살짜리 아이는 한번 맞을 때마다 한 바퀴를 돌며 휘청거렸고 결국 복도 끝까지 가서야 끝이 났다. 그 여자는 다 때리고 나더니 "시끄럽게 하지 말랬지"라고 소리쳤다. 5학년 때 학교에서 피구팀을 만들었다. 아이는 피구팀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던 선생님이 피구팀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습을 하기도 전에 감독이 바뀌었다. 3학년 때 따귀를 때린 그 여자였다. 연습 때 날아오는 공을 피하기 위해 점프를 했다. 그 여자가 나오라고 하더니 공은 옆으로 피하는 거라며 따귀를 때렸다. 이번에는 장갑을 낀 손이었다. 소리는 둔탁했고 뇌는 흔들렸다.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저마다 선생님에게 맞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맞으며 자랐다. 전교 1등을 하는 최고 모범생도 맞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 큰 지금 우리는 그때 맞은 것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지금도 분노한다. 나는 아직도 그 여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여자는 내게 선생님이 아니었다. 지난 1일부터 서울의 모든 초ㆍ중ㆍ고교에서 체벌이 금지됐다. 우리는 체벌금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내게 묻는다면 '교육이 시작될 때부터 지켜졌어야 할 원칙'이라고 답하겠다. 어떤 이유를 갖다 대더라도 남을 때리는 일은 반칙이다. 고등학교까지 12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을 때려서 어떤 일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경험을 나는 물론 내 친구들에게서 본 적이 없다. '많이 맞은 아이일수록 커서 선생님을 더 자주 찾아 뵙더라'는 얘기가 있다. 헛소리다. 더 많이 맞을수록 치만 더 떨리는 법이다. 일선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이 당장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고충을 겪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체벌금지는 모두가 지켜야 할 원칙이요,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도입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일 뿐이다. 선생님들이 힘 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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