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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010 방위백서'에서도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존의 도발적인 표현을 고수하자 우리 정부는 착잡한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지난 8월10일 '한일강제병합 100년에 즈음한 총리담화'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1910년 한일강제병합과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한 뒤 독도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해 내심 기대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방위백서를 5년째 같은 내용으로 발표하자 외교통상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또 주한 일본대사관의 정무참사를 불러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전달하고 항의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이 매년 8월 해오던 백서발표시점을 한 달 늦추고 예년 수준보다 더 자극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데 위안을 삼고 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지나치게 과민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독도문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강경대응에 그칠 게 아니라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일본에 대해 엄중히 항의표시를 하면서도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간 총리의 담화발표로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관계 흐름을 흩트릴 수 없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와 함께 일본 내의 정치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실제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 정치가 보수회귀 경향을 띠고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독도 영유권 강화주장에 다시금 힘이 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독도 영유권 표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한일 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간 총리의 정치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14일로 예정된 일본 민주당 대표경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우리 정부의 차분한 대응의 고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일본 정치의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서 한일 관계가 미묘한 갈림길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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