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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30일] 머나 먼 '글로벌 장비업체'의 꿈
입력2009-10-29 18:57:53
수정
2009.10.29 18:57:53
"삼성이나 LG가 글로벌 맹주에 올랐다고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닙니다. 자칫 외국의 장비업체에게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은 아닐까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만난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기자를 만나 한국 장비업체들의 더딘 국산화 개발속도와 해외진출 실태 등을 거론하며 이렇게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술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지만 LCD나 LED 칩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들은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뼈아픈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국내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의 척박한 풍토가 글로벌 장비업체의 탄생을 방해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끼리 기술력이 좋다고 박수를 쳐도 눈 높은 해외 바이어들의 구미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라는 하소연도 들려오고 있다.
충남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 사장은 "특히 교차구매나 판매를 꺼려하는 업계 분위기가 기술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기술개발 노력 없이 특정 대기업의 플랫폼에만 특화된 기술력으로는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삼성ㆍLG가 뒤늦게 LCD패널 교차구매에 나서는 등 경쟁사 간에도 합리적인 기술 제휴가 등장한 것은 새로운 변화지만 여전히 경쟁사의 장비업체에 대한 교차구매를 꺼려하는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 장비업체의 경우 모회사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술에만 특화된 제품 개발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고 모회사의 경영 여건에 따라 함께 부침을 겪기도 한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도 29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대기업 간 및 대ㆍ중소기업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경쟁관계에 놓인 대기업들과 중소기업의 구분 없이 국가경쟁력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과감히 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기술협력에 나서야 한다.
장비업계도 더 이상 대기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기술제휴를 맺고 활발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간다면 글로벌 장비업체 탄생이라는 꿈이 머지않아 실현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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