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금융위기 잠재 진앙으로 지목된 동유럽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지원을 해줄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MF 자체가 돈줄이 말라버려 오히려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IMF의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증가하자 자금 보유액이 고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IMF의 자본금은 3,204억달러이지만 현금(대용) 자금은 2,500억달러 수준이며 이중 이미 지출된 자금을 제외한 순가용자금은 1,920억달러에 불과하다. IMF는 지난해 10월 헝가리에 157억달러를 제공했으며 이후 연말에 이르기까지 라트비아ㆍ벨라루스ㆍ우크라이나ㆍ그루지야ㆍ세르비아 등에도 긴급 구제자금을 대출해줬다. 이밖에 동유럽 지역이 아닌 파키스탄과 아이슬란드 등에도 총 5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잠재적 지원 요청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새로 돈을 구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IMF 재원을 두배로 늘리기로 합의하고 일본은 1,000억달러의 지원금을 새로 출연하기로 결정했지만 IMF의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럽국들의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식의 일시적 기부나 '깡통 돌리기(tin-cup approach)'에만 의존해서는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동시다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급증하면서 IMF에 지원 요청이 몰려 앞으로 3개월 내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IMF는 ▦특별인출권(SDR:IMF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체 발행할 수 있는 달러 대용화폐)을 증액하는 방안이나 ▦창설 이래 최초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당장 돈이 급한 상태인데 자금조성 과정에는 각국의 환율정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단기 조정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이 같은 방식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마지막 카드는 중국ㆍ브라질 등 신흥 외환부국들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 이 또한 IMF 쿼터 배분이라는 복잡한 문제와 맞물려 있다. IMF 쿼터는 각 가맹국의 경제력이나 무역량에 따라 정해진 출자 할당액으로 이는 IMF 이사회의 투표권과도 연결된다. 중국 등은 오래 전부터 출자액을 늘릴 테니 IMF 이사회 내 의결권을 확대해달라는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으나 기득권을 쥔 서방 선진국들과의 마찰이 상당해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적 규모나 기여도에 비해 많은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는 벨기에나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이 기득권을 쉽사리 양보할 리 만무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이와 관련, 최근 "투표권은 매우 복잡한 공식에 의해 결정된다"며 "아직 이 공식을 변화시킬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의 재원 확충문제를 안건으로 다룰 오는 4월 영국에서 열리는 선진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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