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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15일] 지역구 챙기기 이제 그만
입력2010-11-14 18:34:12
수정
2010.11.14 18:34:12
국회가 이번주 각 상임위를 열어 정부 제출 새해 예산안에 대한 본격 심사에 들어간다. 큰 그림으로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싸움이 예상되지만 그 사이에는 자신의 지역구와 연관된 사업에 조금이라도 더 예산을 반영하려는 의원들의 눈치작전과 로비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위원회 등 상임위에 국회의원 선호도가 높은 것은 지역 예산을 따내기 좀 더 수월하다는 데도 이유가 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주부터 열릴 국토해양위의 예산심사소위에서 속기록 공개를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은 모두 "상임위 소위는 비공개로 열리더라도 추후 속기록을 공개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소위 내에서 의결이 있을 경우 속기록조차 작성하지 않고 완전히 비공개로 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었다. 비공개로 열리는 예산소위에서는 대체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사업들을 안건으로 올린다.
공개로 열리면 선심성 사업이라 비판 받을 것들이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해마다 떠들썩한 예산안을 둘러싼 마찰 와중에 슬그머니 끼워 넣은 지역 사업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회의 공개 여부까지 알 수는 없으니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모 의원은 회의에서 발언하는 것의 3분의2가 지역 예산 이야기다.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어느 의원의 지적은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따내느냐가 다음 총선의 당선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은 잘 안다. 당장 지역구에 도로 같은 게 생기면 자랑으로 내세우기는 최적이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비공개로 해서라도 예산을 각 지역구에 유리하게 짜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수다. 비공개로 협의할 사안이 있으면 각 당의 간사들끼리 따로 모여서 논의를 거친 다음 회의에서 더 활발한 토론을 벌이면 될 일이다. 무엇이 부끄러운가.
전국 곳곳에 선심성 사업으로 만들어진 각종 사회간접자본(SOC)들이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 예산으로도 모자라 무리하게 민자까지 유치해 추진했다가 적자에 허덕이는 사업들도 부지기수다. 국회의원 자신의 선(選) 수와 예산 낭비, 환경 파괴를 맞바꾸는 거래를 이번 국회에서는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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