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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美 성장둔화에 대비해야
입력2004-08-31 16:53:30
수정
2004.08.31 16:53:30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기고] 美 성장둔화에 대비해야
전영재
전영재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세계경제의 회복을 주도하던 미국경제가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올 2ㆍ4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2.8%에 그쳤다. 한편 지난 1~5월까지 월평균 18만명을 넘어섰던 고용창출 건수도 6월에는 7만8,000명, 7월에는 3만2,000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그동안 고용의 빠른 증가세가 경제의 본격적인 상승 궤도 진입을 알려주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향후 금리인상의 폭을 낮추고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유가로 소비위축등 불안
최근 미 경기둔화의 가장 큰 요인은 유가상승에 따른 소비 불안이다. 유가상승이 주는 효과는 세금인상의 효과와 다르지 않다. 유가가 오를수록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게 되고 씀씀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가가 연초 배럴당 30달러 수준에서 현재 40달러선으로 급등함에 따라 미국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500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감세를 통해 환급되는 금액이 500억달러로 예상되는데 결국 감세로 인해 늘어난 미 가계의 소득이 고스란히 에너지 관련 지출로 사라져버리게 된 셈이다.
아직까지 경기 둔화의 폭은 크지 않다. 경기를 끌어내리는 힘 못지않게 경기 상승을 견인하는 힘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 기업은 실적이 좋아지고 투자를 늘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경기도 기업의 왕성한 투자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 불안을 자극하는 리스크 요인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을 거쳐 내년에는 성장 둔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금리상승에 따라 소비가 둔화될 것이다. 대부분 미국의 소비는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소비가 타격을 받는다. 미국 소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부문은 특히 금리에 민감하다.
무이자 할부 판촉 등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던 자동차 관련 소비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계가 안고 있는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 이상에 따른 금융 부담증가는 소비심리 불안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만약 부동산가격 급락까지 가세한다면 소비위축의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IT 경기도 내년에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IT 버블 붕괴 이후 미뤄왔던 설비의 교체 관련 투자가 올해 말이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반면 신규 투자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기 순환적 요인에 더해 쌍둥이 적자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해 해외투자가들이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꺼리게 되는 경우 미국 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게 된다. 한편 재정적자의 지속은 구축 효과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유가 추이 역시 최대 불안 요인이다.
'성장우선'에 정책 초점을
국제 유가가 30달러대에서 안정되면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둔화되지만 여전히 3% 이상의 성장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 40달러 수준의 유가가 장기화되는 경우 잠재성장에도 못 미치는 2%대의 성장에 그칠 것이며 50~60달러로 치솟게 되면 경기침체 국면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는 이처럼 미국경제 호조라는 대외여건 호재의 지속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대외환경이 불투명해지는 만큼 국내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미국경기 둔화로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경제 불안심리가 확대된다면 경제회복은 더욱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의 초점을 경제활력 제고와 기업환경 개선에 맞추고 성장 우선의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경제 둔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서둘러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8-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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