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성 높여라" 개발 우선순위 바꿔<br>"삶의질개선, 서울경쟁력 확보여부 결정짓는 관건" <br>용산기지 공원화 논의등 환경정책방향 변화 조짐<br>도시기능과 조화도 중요…'보존 제일주의'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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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이전후 거기에 고급 아파트를 짓는다면 강남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지게 될것입니다”
105만4,000평에 달하는 용산 미군기지에 대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배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접근 방식이었다. 개발과 이를 통한 토지의 경제적 가치 극대화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 용산 미군 기지에 대한 ‘개발론자’들의 논의는 무의미해졌다.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를 통한 서울의 도시기능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용산미군기지 반환후 이를 공원화하고 주변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용산 민족ㆍ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한 입법절차를 거치고 있다.
특히 민선4기 서울시의 수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전부터 ‘용산기지 공원화’를 핵심 정책사안으로 내세우고 있을 만큼 용산 미군기지 처리 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최소한 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미군기지 평택이전 비용 보전을 위해 용산 기지 중 일부를 개발할 것이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 남아 있지만 전체적인 논의의 무게중심은 원칙적으로 ‘보존’으로 기울어 있다.
◇어메니티가 서울의 경쟁력이다= 전문가들은 용산기지 공원화 논의를 계기로 ‘어메니티(Amenityㆍ쾌적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축물ㆍ교통ㆍ여가 등 주변 환경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느끼는 쾌적성, 즉 어메니티가 ‘서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전영옥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용산기지 공원화를 둘러싼 논란은 청계천 복원에서 비롯된 어메니티에 대한 사회ㆍ경제적 논의를 한단계 발전시키고 있다”며 “용산기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향후 도시환경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도시환경은 세계 주요도시들에 비해 크게 열악한 상황이다.
인구밀도는 베를린의 4.5배, 뉴욕의 1.8배에 달하지만 1인당 공원면적은 이들 도시의 3분의1~5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적인 인사관리 컨설팅업체인 머서(Mercer)사의 도시별 삶의 질 평가에서도 서울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전 수석연구원은 “도시환경은 도시간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며 “서울의 삶의 질 개선은 단순히 환경적 측면을 넘어서 중장기적은 도시경쟁력 확보 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민선4기 서울시의 어메니티 정책은 강남보다 강북에 집중돼 있다. 문화ㆍ환경ㆍ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유산들이 도심을 중심으로 한 강북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강북이 이미 개발이 완료된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비’의 여지가 큰 것도 이유다.
◇개발을 품는 어메니티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오 시장 체제의 4기 민선 서울시가 지나치게 가시적인 성과물에 집착하게 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이덕희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용산기지 공원화나 근대건축물 복원ㆍ역사성 회복 등을 자칫 서두르다 보면 관(官) 주도의 토목사업식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당장의 성과물보다는 인내를 갖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보존 제일주의’로 논의가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용산기지에 막혀 사실상 반쪽짜리로 전락한 ‘동작대교’의 기능 회복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상실된 동작대교의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동부권에 집중된 교통량을 적절히 분산시킴으로써 원활한 도시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엔지니어렁 정성환 이사는 “강북의 도시환경 회복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보존할 곳과 개발할 곳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부의 어메니티 회복 못지 않게 주변부 개발에 대한 환경적 접근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4기 민선 서울시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도시환경 회복을 위한 정책적 검토들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 김태섭 연구실장은 “아파트 등 주택 관련 규정은 쾌적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준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계량적으로 용적률ㆍ건폐율 등 밀도를 규제하고 주차공간이나 녹지공간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주거용이든 업무용이든 외부환경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에 보다 많은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어메니티 향상, 이곳에서 배우자
꾸리찌바, 교통체계 완벽 '미래 생태도시'
하노버, 집만 나서면 곧바로 녹지와 만나
로테르담, 재건과정서 문화예술 접목
'하노버ㆍ로테르담, 그리고 꾸리찌바'
지역적으로나 규모로 봐서는 언뜻 전혀 다른 도시들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 도시들이기도 하다. 차별화된 어메니티(Amenityㆍ쾌적성)을 확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들이다.
특히 이들 도시는 효율적인 보존과 개발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도시개발의 모델이 되고 있다.
◇꾸리찌바(브라질)=이름조차 생소한 도시지만 꾸리찌바는 유엔환경계획(UNEP)가 '환경적으로 건전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미래의 생태도시'라는 찬사와 함께 가장 모범적인 환경도시로 선정한 곳이다.
인구 170여만명 규모의 꾸리찌바시가 세계 최고의 도시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서민 중심의 완벽한 교통체계로 꼽힌다. 많은 비용이 드는 지하철을 과감히 포기하고 채택한 버스 위주의 대중교통시스템은 도시내에서 어디든 단 한번의 요금으로 빠르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꾸리찌바의 도로는 중심부 2개차로에 버스전용차로를 두고 한번에 270명까지 수송할 수 있는 이중 굴절버스 등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이용객이 이동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원하는 지역으로 급행ㆍ완행ㆍ지구간ㆍ지선버스등을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것도 특징이다. 서울시가 도입한 버스중앙차로제와 시내버스체계 개편도 바로 꾸리찌바의 이 같은 대중교통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노버(독일)=하노버시는 세계적으로 녹지가 가장 잘 조성된 도시로 꼽힌다. 집을 나서면 어디서든 곧바로 녹지와 만날 수 있는 곳이 하노버다.
하노버의 녹지조성은 급속한 산업혁명후 자연생태계 파괴에 따른 반성에서 비롯됐다. 파괴된 생태계의 인위적 조성을 위해 시는 성장속도가 빠른 포플러ㆍ버드나무 등으로 1차 녹지를 조성한데 이어 도심의 대규모 공원과 하천을 중심으로 녹지축을 설정, 외곽의 녹지들과 연결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시는 도시 중심부에 자리잡은 633㏊의 숲을 중심으로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시민들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통해 안전하게 도시녹지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가로수를 활용한 녹지축을 조성했다.
무엇보다 하노버는 단순히 보는 녹지가 아니라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생태계를 조성해 녹지공간에서의 활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로테르담(네덜란드)=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세계적 문화도시로 성공한 사례다.
제2차세계대전으로 폐하가 된 로테르담의 초기 도시 재건 과정은 서울의 성장과정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주택난 해소를 위해 고층아파트 위주로 도시를 건설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생활환경이 악화되면서 어메니티 향상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로테르담 시내에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수십여개의 독특한 박물관과 뛰어난 디자인의 현대적 고층건물들은 문화예술을 도시개발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킨 노력의 산물로 평가되고 있다. 파리ㆍ로마 등 전통적 유럽도시가 갖춘 문화유산을 갖지 못하고도 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역동적인 문화도시를 창출해낸 도시가 로테르담인 셈이다.
[도움말=삼성경제연구소ㆍ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
/기획취재팀= 구동본 팀장, 정두환·이연선 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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