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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남북 정상회담이 나아갈 길
입력2007-08-15 16:36:48
수정
2007.08.15 16:36:48
남북 정상회담이 평화와 경제협력을 양대 주제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는 역시 경제협력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에 비춰볼 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6ㆍ15 체제를 대신해 ‘한반도 평화선언’ 등이 채택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초 6자회담을 앞두고 있고 이미 북한이 미국의 무역제재가 중단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때까지 2ㆍ13 합의 이행을 위한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먼저 핵 불능화 등을 결심해 제안하기 전에는 아예 북핵 문제가 의제에서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측이 그동안 계속 제기해 왔던 소위 ‘근본문제’까지 의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예단할 이유는 없다.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등 북한의 성지에 대한 남한 방북자의 자유방문 문제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설정 문제 등은 후속 실무회담에서라도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 우리측은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띠지 않으면서 동시에 북한측이 거론하는 ‘근본문제’ 등에 대해 국내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하는 묘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특히 지난 92년 남북합의서에 명시돼 있는 NLL의 재설정 문제는 어민들의 생계가 달려있을 뿐만 아니라 영토문제로 판단, 논의조차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공동어로구역의 설정이나 해상 비무장지대 설정 등의 대안도 없지 않은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우리는 햇볕정책의 상징적 돌파구였던 2000년 6월의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7년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회담성사를 위한 자금지원 논란으로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진 아쉬움은 차치하고라도 북한측의 이후 조치는 너무 제한적이고 미온적이었다. 개성공단의 건설이나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을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북한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아온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은 없었으며 대북지원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별다른 기대를 보이지 않는 것도 퍼주기식 지원이야말로 남북화해보다는 선거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북측이 아무리 단순하고 조건 없는 지원만을 절실하게 요구해도 우리로서는 투자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 나가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미 개성공단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대로 통행ㆍ통신ㆍ통관 절차의 3통(通)은 시급하게 해소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전력난이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역시 남북경협의 걸림돌이라는 사실도 우리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측의 대북투자 속도가 빨라졌지만 아직 경제협력의 큰 틀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2차 정상회담에서 이를 심도깊게 논의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인다. 중국과 홍콩이 맺었던 것처럼 일종의 ‘국가 내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한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 내의 인프라를 개발해 성장의 디딤돌을 마련해주고 더 나아가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길만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남북은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경협의 보다 진전된 틀인 경제공동체를 제때 이뤄나가기 위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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