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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업계가 국가정보원 직원 추방 사건으로 불거진 리비아와의 외교 마찰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동참 요구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복수의 외교소식통들은 정부와 리비아 당국자간 교섭이 진행되면서 사태는 그나마 진정국면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리비아 정부의 10억달러 상당의 공사 요구설이 떠돌면서 상황은 오히려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동결을 포함한 이란 제재 강화를 요청하고 정부도 관련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이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리비아, 앞으로의 수주에 영향 '우려'=리비아의 경우 당장의 피해보다 앞으로의 수주를 못하게 될 경우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우려가 더 크다. 리비아는 도시 인프라와 산업시설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대대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라, 경쟁국 기업들이 공들여 터를 닦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우리 기업들이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수주에서 경쟁국 기업들에 밀려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리비아에는 현재 20개 건설사가 총 51건, 92억 달러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리비아 정부가 우리 기업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거두고 각종 규제와 법령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사업 진척도가 지연됨은 물론 신규 수주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비아와의 외교마찰이 진정국면에 돌입해 정상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영사업무를 철회하고 본국으로 휴가를 떠났던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이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대(對)리비아 직접 수출 규모는 지난해 12억 3,500만달러로, 올해 상반기에만 6억 1,900만 달러에 달한다. 또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4%나 증가했다.
◇이란, 상황 복잡…'최대 시장ㆍ최대 위기'=중동 최대 수출시장인 이란의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EU(유럽연합) 수준의 제재는 무기 수출 등 군사적 교류는 물론 금융 등 순수 경제적 분야까지 모든 관계를 사실상 단절을 뜻한다.
따라서 업계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면서, 기업들이 '애매한 입장'에 빠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공사를 수행하고, 향후에도 수주를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라 국가 차원의 제재가 이뤄질 경우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또 공사대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랜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제재는 금융을 우선 묶는 내용이라 이란 내 자금 흐름이 막힐 수 있다"며 "파이낸싱과 지급 기능이 정지될 경우 공사 대금 회수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對)이란 직간접 수출규모는 지난해 60억 달러로 올해 상반기는 25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이란과의 교역규모는 총 40억달러로 최근 한 달 피해액은 약 3억 달러로 추산된다. 또 이란에 진출해 있는 건설업체는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유한기술 등 3개사로 이들 기업은 총 6건에 15억 달러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신규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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