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2는 상변 흑대마의 숨통을 끊는 강렬한 수였다. 이세돌은 이것으로 백이 이긴다고 믿었다. 그러나 백62는 완착이었다. 상변 흑대마가 잡힌 것은 사실이지만 흑이 69로 붙여 활용하는 더욱 강렬한 수단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백62로는 어떻게 두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정답은 참고도1의 백1로 가만히 좌상귀를 보강하는 수였다. 흑은 2로 탈출할 터인데 백은 그 탈출을 겁낼 필요가 없었다. 백3으로 뛰고 흑4로 기다려 백5로 민다. 이 코스면 흑은 3곳의 곤마를 한꺼번에 수습해야 하는 고단한 입장이 된다. "이 코스였으면 흑은 세 곤마를 다 살리기가 아주 어려웠을 겁니다. 요행히 그것을 다 살린다 해도 상당한 부작용이 생겨 바둑을 이기기는 어려웠을 겁니다"(목진석) 실전보의 백68은 절대수이다. 손을 빼어 참고도2의 백1로 상변을 보강하면 흑2 이하 16으로 좌상귀의 백이 먼저 잡힌다. 다만 참고도2의 백1로 13의 자리에 조여붙이는 수단은 있었지만 그것 역시 확실치는 않다. "백이 거북하게 됐군. 정상이가 유망한 바둑이야"(서봉수) "맞아요. 그야말로 정문의 일침입니다. 이세돌이 너무 승부를 서두른 느낌입니다"(김성룡) 흑69는 멋진 수였다. 그러나 이 멋진 수를 찾아내고도 박정상은 후속의 수순을 그르쳐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주게 된다. 그리고 이세돌은 또 그 결정적인 기회를 못살리고 바둑은 걷잡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 치닫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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