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서방세계에 문호를 연지 수십년이 지난 후 유럽에서는 일본풍이라는 ‘자포니즘(Japonism)’이라는 유행이 문화 전반으로 퍼졌다. 드가, 마네, 피사로, 반 고흐 등 화가들은 일본에 이끌려 일본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근대화를 위해 동양에서 가장 먼저 문호를 개방한 나라 일본. 그 덕에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해 세계 경제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국가로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ㆍ중국 등 주변국들에는 쓰라린 원한과 통한을 품게 만든 나라이기도 하다. 뉴요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의 아시아 특파원 20년 경력을 가진 저자가 아시아 속에서 일본의 존재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1937년 난징학살이 벌어졌던 지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역사에 쌓인 노골적인 반일감정에 적잖이 놀랬다는 그는 “난징 학살사건이 일어난 지 7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도대체 어째서 일본은 이웃나라에게 이토록 쓰라린 원한의 감정을 품게 만드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서문에 밝혔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환상으로 일본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고정관념을 벗고 일본과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일본의 내면을 깊숙이 관찰했다는 측면이 다른 책과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자주성을 원하는 개인적인 욕망보다는 집단의 이익이 앞서는 나라,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신 여성들이 집단 따돌림과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나라, 전범이 아직도 활개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나라… 그가 꿰뚫어본 일본의 모습이다. 일본이 스스로 자신을 감춘 채 만들어진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어하는 한 일본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만들어진 과거, 의도적으로 잊고 싶어하는 역사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정립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라마ㆍ음악ㆍ소설ㆍ만화 등 일본의 문화에 열광하면서 한편으로는 ‘쪽바리’라고 서슴없이 폄훼하는 우리에게 책은 ‘과연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나’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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