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다른 방식의 삶을 갈구한다는 차원에서 ‘생존’과 ‘절제’이며 다른 제도ㆍ풍습ㆍ신앙을 풀어낸다는 차원에서 ‘정체성’과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황석영ㆍ사진 위쪽)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세상이 종말이 아니라 이야기가 없는 미래야말로 인류의 종말이 되겠지요.”(신경숙ㆍ아래) 28일 폐막한 2009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소설가 황석영과 신경숙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이야기의 힘이 강력해지는 이유는 그 속에 인간의 삶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두 사람은 역사에 가려 사라지는 미미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소설 쓰는 사람은 시정잡배와 같은데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세속에 속한 일이라는 뜻”이라며 “작가는 삶의 디테일한 세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씨는 “소멸 직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문학의 특성과 닮아 있다”며 “그들을 밝고 새로운 세상으로 불러와 숨쉬게 하는 것이 이야기가 지닌 꿈”이라고 풀이했다. 세상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이야기의 힘이라고 정의하는 황씨는 “이야기는 제한된 장소를 벗어나 금기를 깨면서 일상화하고 세속화하는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계속 경계를 넘나들면서 상징적ㆍ제도적ㆍ사회적 금기를 깨뜨려 일상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설 쓰기 과정에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신씨는 “문학은 소외와 금지의 문제가 늘 가까이 있지만 그 끝 마음은 어머니와 합일되는 것”이라며 “엄마까지도 껴안아주는 커다란 엄마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문학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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