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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9월 1일] 혼란이 예상되는 이라크 정국

파이낸셜타임스 8월 31일자

이라크 최대 시아파 정당인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의 압델 아지즈 알 하킴 의장이 지난 26일 폐렴으로 사망했다.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정국은 그의 죽음으로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위기에 처했다. 알 하킴 ISCI 의장은 이라크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미국과 이란 모두에 이라크 정국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면서 적대관계인 두 나라로부터 동시에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 하킴 의장은 2005년 총선 승리를 가능하게 한 시아파-쿠르드족 연합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그는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 받는 시아파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의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이것도 옛 이야기일 뿐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시아파가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와 그의 다와당을 배제한 새로운 시아파 연합정당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다. ISCI는 반미ㆍ친이란 성향의 무크타다 알 사드르 정파 및 기타 소규모 정파와 함께 이라크국민연맹(INA)이라는 시아파 정치세력을 구축해 내년 1월 총선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은 1950년대 결성돼 50년간 지속돼온 원조 이슬람 정당인 다와당에서 비롯된 정파들이다. 즉 현재 시아파의 내부 분열은 다와당의 후손들이 파벌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이라크의 시아파 정치지도자들은 파벌주의를 극복하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실패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수니파 반군의 테러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아파 지도자들이 후세인 정권의 몰락과 함께 권좌에서 축출된 소수 수니파 세력을 이라크의 새로운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지 못한 탓이 크다. 또한 이란과 서방도 이라크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놓고 다시 대립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시아파의 통치를 살펴보면 구조적인 약점이 발견된다.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이라크에서 시아파 지도자들은 정치체제가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국가를 이끌어가려 한다. 이라크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해내기는 힘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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