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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나라 쿠바. 반세기 동안이나 고립된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가 국제 무대에 복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쿠바계 미국인들의 쿠바여행 자유화와 송금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27일에도 오바마 정부는 4월 들어 두번째로 가진 쿠바 고위층과의 접촉에서 쿠바에 대한 통신 로밍서비스를 포함한 정기 항공노선 개설, 위성방송 허용 등 일련의 정책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쿠바에서도 오바마의 개혁이 현실화되면 1962년이후 지속된 미국의 봉쇄조치로 잔뜩 찌그러 들었던 경제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쿠바에 대한 정치 민주화 등의 요구를 철회한 것이 아닌 상태여서 미-쿠바 관계의 조기 복구 여부는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쿠바에 대한 완전 해금은 미국의 중남미 국가들과의 화해 정책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쿠바, 대미관계 복원에 기대감=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미국이 47년간 지속된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거리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아바나의 시민들은 오바마의 발표가 있은 후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해금조치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자본, 사업체가 쿠바에 넘쳐 흐를 것"이라며 "쿠바 시민들과 노동자들, 관광객들, 심지어 지금은 물러나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지도자 동지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이 쿠바에 친지를 둔 미국인의 현지 방문과 송금을 자유화했어도 일반인의 쿠바 여행, 쿠바와의 수출입은 현행대로 계속 금지된다. 그 전에도 쿠바계 미국인의 고향 방문과 송금은 일부 허용됐었다. 그러나 3년에 1번씩 최대 2주간, 소지품 44파운드(약 20㎏), 그리고 송금액은 1인당 연간 1,200달러 등으로 엄격한 제한을 받아왔다. 그 마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엔 본국 송금조차 일체 금지됐다. 오바마의 발표는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쿠바계 미국인들이야말로 쿠바 민주화의 희망"이라던 자신의 의중을 피력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50만명에 달하는 쿠바계 미국인이 우선 자유롭게 오가야 쿠바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간 50년에 걸친 쿠바 봉쇄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9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폐막한 미주기구(OAS) 제5차 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의 화해 제스처는 이어졌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중남미 좌파정부 대통령들과 잇달아 만나 "미국은 과거의 실수와 그로 인한 잘못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쿠바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목표로 쿠바의 특별한 제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아직은 조건부=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제의'를 놓고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이는 정치범 석방, 언론 자유화, 자유선거 도입 등 민주주의를 향한 가시적인 조치를 의미한다. 미국은 아직도 쿠바에 대한 민주화 요구를 완전히 철회한 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해 두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쿠바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남미 정상들도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결국 불신의 앙금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들은 회담 마지막날 OAS가 마련한 공동선언문에 대해 "몇 가지 내용이 불충분하고, 특히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와 고립정책의 철폐를 요구하는 회원국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관영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그간의 금수조치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잔인한 행동"이라며 "쿠바는 미국에 자선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은 금수조치는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으로 쿠바와 미국간의 화해는 어떻게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 나가고 이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미-쿠바간의 관계 복원은 여지껏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간의 화해 협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란 분석이다. 김원호 한국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환적인 조치에 쿠바가 제대로만 반응한다면 미국과 쿠바의 화해가 속전속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미국의 입장에서도 중남미 지역에서의 반미 결속을 무디게 하고 카리브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동생 라울의 실용주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전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쿠바, 1959년 친미정권 붕괴 후 미국에 '눈엣가시'로 미국과 쿠바는 50년 가까이 쌓인 구원을 씻을 것인가. 지난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쿠바간에 쌓인 구원은 녹록치 않다. 한쪽이 담장의 수위를 높이면 상대방도 덩달아 높이면서 오랜 기간 반목하는 관계를 굳혀왔었다. 미국은 1961년 4월 '피그만 침공사건'의 실패 이후 1962년 대쿠바 금수 조치를 단행했고 이어 1992년에 '쿠바민주화법' 을 제정해 봉쇄정책의 입법화를 이뤘다. 1996년에는 극우 성향의 제시 헬름스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 주도로 '쿠바 자유화 및 민주화연대법(헬름스-버튼법)'을 통과시켜 미국 자본의 쿠바 투자를 사실상 봉쇄했다. 이 법에 따라 쿠바에 투자하는 제 3국인을 미국 법정에 기소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했다. 쿠바도 1959년 1월 공산주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주도로 플렌시오 바티스타 친미정권을 쓰러 뜨린 후 소련의 지원을 받아 1962년 10월 소위 '미사일 위기'를 일으키는 등 미국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행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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