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국민 애도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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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국민 애도 속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일부 조문객, 이 대통령에게 야유 보내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e-mail]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들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29일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및 유족, 주한외교단 조문사절, 시민, 각계 인사 등 3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날 영결식은 오전 5시께 봉하마을에서 발인식을 치른 후 경찰의 호위 속에 고속도로로 상경한 운구행렬이 오전 11시께 경복궁 영결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군악대의 조악 연주로 시작됐다.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보고, 조사, 종교의식, 생전영상 상영, 헌화, 추모공연, 조총, 폐식 순으로 진행된다.

약력보고와 조사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승수, 한명숙 장의공동위원장이 낭독했으며 신도 수에 따라 정해진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마련됐다.

한승수 총리는 조사를 통해 "재임기간 대통령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국민과 함께하는 서민대통령이 되고자 했다"며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더 이상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뜻을 끊임없이 피력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한 총리는 이어 "우리 국민은 대통령께서 숱한 역경과 우여곡절 속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룩한 업적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뒤에 남은 우리는 대통령님의 뜻을 되새기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 그토록 열망하시던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고 세계 속에 품격 있는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는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라며 눈물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어 "님이 대통령으로 계시는 동안, 대한민국에선 분명 국민이 대통령이었습니다"며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한 전 총리는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님. 님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저희들의 속죄를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잊으시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고 조사를 마무리 지었다.

한 전 총리가 울먹이며 조사를 낭독하자 영결식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의 얼굴은 비통함에 젖어들었고, 슬픈 조사가 끝날 즈음에는 영결식장은 여기 저기에서 터져나오는 흐느낌으로 더욱 숙연해졌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기리는 동영상이 낭독된 후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유족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와 분향을 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인옥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와 분향 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휠체어를 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뒤를 이어 헌화와 분향을 했다.

이 대통령이 헌화를 위해 영전 앞으로 나서는 순간 일부 시민이 이 대통령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야유 소리가 들리자 이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결식 장면을 화면을 통해 내보내던 서울광장에서도 이 대통령이 화면을 통해 등장하자 시민들이 야유를 보냈다.

헌화에 이어 국립합창단의 '상록수' 합창, 삼군(육ㆍ해ㆍ공군) 조총대원들의 조총 발사 의식을 끝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이날 영결식 장면은 영결식장에 직접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광화문과 서울광장, 서울역 일대의 대형 전광판에서도 생중계됐다.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은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시민들의 애도 속에 노제를 치렀다. 노제가 열린 29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광장에 약 16만명(낮 12시30분 현재)이 운집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광화문 방면에 모인 시민들을 합하면 6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제 전 열린 추모행사는 방송인 김제동이 사회를 맡았다. 추모행사에서 가수 양희은, YB, 안치환 등이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부르던 곡들로 추모 공연을 펼쳤다. 안치환은 '마른 잎 다시 살아와'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을, 양희은은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어 등장한 윤도현은 노제 사전 추모행사에서 밴드와 함께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분이 남긴 뜻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며 "그 분에게 이 노래를 바치고 싶다"고 말하며 '후회없어'와 '너를 보내고' 두 곡을 불렀다.

사회를 맡은 김제동은 "그립고 사랑한다는 말 이외의 단어를 사전에서 찾지 못하는 것을 사회자로서 죄송하다"며 "이 땅에 언어가 생기고, 이 땅에 글이 생기고, 이 땅에 말이 생기고 나서도 그것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여러분이 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추모행사가 끝난 후 김제동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한민국에서 자랑스러웠던, 앞으로도 마음 속으로 자랑스러울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하겠습니다"라며 노제의 시작을 알렸다. 노제는 여는 마당, 조시, 조창, 진혼무의 순서으로 구성돼 30분간 도종환 시인의 진행으로 열렸다.

안도현 시인은 조시를 통해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그러니 이제 일어나요, 당신"이라고 말하며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노제는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사랑으로'를 다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

영결식과 노제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서울역 분향소를 거쳐 수원 화장장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수많은 추모객이 행렬을 에워싸는 바람에 좀처럼 이동하지 못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려는 추모객 3만여명이 운구차 주위로 몰려들면서 운구행렬은 3시가 넘어서야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운구행렬은 오후 3시30분쯤 서울역을 떠나 수원 화장장으로 향했으나 추모인파로 인해 좀처럼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이대로 노 전 대통령을 보낼 수 없다"며 운구행렬을 막아서기도 했다.

운구행렬은 오후 5시까지도 남영역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다 5시30분쯤 돼서야 한남대교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운구행렬은 세 시간 늦은 6시 이후에나 화장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구행렬은 당초 2시쯤 서울역을 떠나 3시쯤 화장장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화장을 마친 유해는 다시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와 봉화산 정토원에 임시 안치됐다 49재를 마친 뒤 장지를 정해 안장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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