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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4일] 언제까지 '회장님'만 쳐다볼 건가

삼성의 새 경영체제가 들어선 지 벌써 100일이 다 돼간다. 이건희 전 회장의 퇴임 후 삼성은 사장단협의회 등을 가동하며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선언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 전 회장 퇴임 전에 비해 나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검 수사에 몰린 이 전 회장 대신 새 출발을 했지만 여전히 확실한 구심점이 없다. 이른 시일 내에 생길 것 같지도 않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협의회에서 이렇다 할 그룹 관련 결정이 나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브랜드관리위원회는 3개월 만에 딱 한 번 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투자조정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사내에서도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삼성맨들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들은 “솔직히 회장님 재판이 끝나봐야 안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러니 계열사들의 신규 사업도 ‘올스톱’이다. 최근 이슈인 태양광 사업만 봐도 발전소 운영 쪽에만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이 동시에 뛰어들어 자칫 시장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셀과 모듈 개발을 담당할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개점 휴업이다. 계열사들은 “회장님이 안 계셔서 조율해줄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파는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 전자업계 라이벌인 LG 측의 한 임원은 “삼성이 엎드려 있으니 업계 전체가 활기를 잃게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까닭에 삼성 안팎에서는 차라리 그룹 전략기획실을 부활시키는 게 어떠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삼성의 한 임원은 “특검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다. 정말 이러다가 삼성이 쓰러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컸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다보니 전략기획실까지 해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쳤다는 말도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룹을 추스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래 걸려서는 안 된다. 지금 시점이면 뭔가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 이 전 회장이 삼성에 지대한 공을 세웠을지 모르지만 1인에 의존하는 기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 삼성이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는 현실을 이 전 회장이 안다면 그 또한 호통을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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