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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남중수 KT 사장

"KT·KTF '한회사' 지향… 매장구분 없앨 것"<br>결합상품 할인율 커지면 할인폭 확대<br>'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변신 목표<br>다음 인수·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어



남중수(사진) KT 사장은 “KT와 KTF 매장 구분을 없애 KT 고객이 KTF 매장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남 사장은 지난 2일 분당 KT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재임 후 첫 언론인터뷰를 갖고 “KT와 KTF 합병 여부 및 시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하나의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사장은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 “정부가 결합상품 할인율을 10%에서 20%로 확대하면 더욱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고 할인폭도 늘릴 것”이라고 호응했다. 그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천명하면서도 다음(Daum) 인수설에 대해서는 “그런 목표는 없다”고 부인했다. “인위적 구조조정 역시 계획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재임 2기의 경영방향과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KT를 통신회사에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본질적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저의 경영 2기 최대 목표입니다. 이와 함께 KT를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 계획보다 실행을 잘하는 회사로 바꾸려고 합니다. 올해 사업목표는 지난 7년 동안 머물러왔던 11조원대의 매출을 깨고 12조원 장벽을 돌파하는 것입니다. -KT를 둘러싼 경영환경이나 시장상황으로 볼 때 12조원대 매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2001년 매출 11조원 돌파 이후 7년간 머무를 만큼 기존 유선전화나 인터넷 사업은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편법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본질적 가치를 제공해 매출을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메가TV(인터넷TV) 가입자를 57만명에서 연말까지 150만명으로 늘리고 와이브로 고객도 40만선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인터넷전화도 1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해 2,7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콜센터 아웃소싱 같은 새로운 영역도 개척해나갈 계획입니다. -KT가 지향하고 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어떤 모습입니까. ▦산업이나 사업간 영역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전방위 경쟁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KT가 망사업자에 머문다면 위기를 맞겠지만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면 영역붕괴는 기회가 될 겁니다. KT는 최근 메가TV 같은 ‘새로운 창(窓)’을 선보였고 여기에 영화ㆍ드라마ㆍ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장착해 고객가치를 높이려 합니다. 메가TV가 고객의 사랑을 받는 뉴미디어로 성장하려면 좋은 콘텐츠 확보가 필수여서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나 드라마 제작을 담당하는 올리브나인 등을 인수했고 며칠 전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40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KT의 새 창에서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고객들이 만끽한다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죠. -인터넷TV의 미래를 밝게 보시는 것 같은데요. 인터넷TV가 가져올 변화는 어떤 것입니까. ▦최근 고객 수요의 변화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인터넷TV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선택해 보고 생활정보ㆍ금융ㆍ정보검색 등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TV가 기존의 통신과 방송을 뛰어넘어 ‘나만의 똑똑한 TV’로 소비자의 생활방식까지 바꾸는 미디어혁명을 가져올 겁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이슈인 사교육비 절감을 이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관산업 파급효과도 커 경제를 활성화하는 신성장엔진이 돼주기도 할 겁니다. -실시간방송 등 인터넷TV의 완전한 서비스를 앞두고 망개방과 콘텐츠 동등접근권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두 가지 중 망개방 문제만 주로 논의되는데 콘텐츠 개방이 훨씬 중요합니다. 소비자 가치를 높이는 데도 콘텐츠 동등접근권 확보가 중요하구요. 방송사나 케이블TV 업계가 콘텐츠 접근권을 보장하고 개방하면 망도 얼마든지 개방할 겁니다. KT가 망을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KT망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반면 올 초 CJ미디어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엔터테인먼트 채널 송출을 중단한 것에서 보듯 콘텐츠 사업자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업전략상 상거래와 광고를 강조하는 것은 인터넷 분야의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까. 업계에서는 KT가 다음을 인수할 거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터넷TV, 와이브로(WiBro), 인터넷전화(SoIP) 등 3대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인데 이들 사업을 하다 보면 광고ㆍ상거래 부문에 새로운 기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신방송 융합으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생기니까 여기에 새롭게 광고를 실으려는 니즈(needs)가 생깁니다. 상거래 분야도 인터넷TV의 양방향성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인데 그러려면 해당 분야의 능력 있는 기업과의 제휴ㆍ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특정 기업의 M&A를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SK텔레콤의 하나로통신 인수 이후 KT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진행됐으며 구조조정도 뒤따르는지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KT와 KTF의 합병이 확정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정확한 사실이 아닙니다. KT와 KTF가 합병할지, 지주회사로 갈지 등은 검토 중이고 그 결론과 시기는 여전히 미정입니다. 하지만 KT그룹의 저력을 하나로 합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KT와 KTF 등이 ‘하나의 회사’라는 콘셉트를 경영에 더욱 확대 적용할 겁니다. 유통에서는 KT와 KTF간 매장 구분을 없애 KT 고객이 KTF 매장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할 겁니다. 1인당 매출이 낮아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과제지만 관리회선이 많아 인위적 구조조정을 조만간 할 계획은 없습니다.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는 단기적으론 리스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KT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통신업계가 전반적으로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KT 역시 해외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성장잠재력이 높은 이머징시장을 중심으로 초고속인터넷ㆍ와이브로ㆍ인터넷TV 등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지난해 말 우즈베키스탄 제2 유선사업자 및 전국 와이맥스(WiMAX) 사업권을 인수했습니다. 또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전자정부 및 통신인프라 구축사업을 동남아ㆍ아프리카 등지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압력이 거센데요. KT의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최근 통신료 인하 이슈는 휴대폰 이용요금에 집중돼 KT는 한 발 비켜서 있기는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유ㆍ무선을 망라한 다양한 결합상품을 출시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정부가 인가대상 사업자의 결합상품 할인율을 현재의 10%에서 20%로 확대할 경우 더욱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며 할인폭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남중수 사장이 걸어온 길
한때 고물상 꿈…KT와 4반세기 함께 어슬렁거리기를 좋아하는 남중수 사장은 학창 시절 청계천 주변 헌책방들을 자주 찾았다. 청계천을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락내리락 했던 그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 대학 졸업 후 고물상을 하기로 맘먹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의 만류로 고물상의 꿈은 포기한 채 삼성 공채에 응시, 합격했다. 신입직원 연수를 앞둔 그 앞에 뜻밖의 제안이 날아왔다. 경기고 대선배인 최광수 전 외무부 장관이 지난 1980년 당시 정무1장관에 발탁되며 비서관을 해보겠느냐고 했다. 막연했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던 청년 남중수는 삼성을 뒤로하고 관가에 발을 디뎠다. 최 장관이 1981년 체신부 장관으로 옮기자 그의 인생은 또 한번 소용돌이친다. 체신부 산하의 통신사업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1982년 최 장관은 외교관으로 복귀했지만 그는 한국통신(옛 KT)에 투신했다. 한국통신 근무 중 미 유학길에 올라 MIT 경영학박사 학위까지 얻어 복귀한 그가 춘천전화국장으로 한가로이 일하자 친구들은 "회사를 옮기라"는 압력(?)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통신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던 남 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통신만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그의 인연 역시 각별하다. KT와 SK텔레콤은 한국 통신업계의 양대 산맥이자 라이벌이 됐지만 두 최고경영자는 한 반에서 동고동락했던 고등학교 동기다. 김 사장에 대해 그는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친구"라고 스스럼없이 평했다. 2002년 KT 재무실장 시절 SK텔레콤과의 주식스와프 협상 파트너였던 당시 김 전무에게 그는 "죽을 때까지 볼텐데 서로에게 평생 욕할 짓은 말자"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오랜 협상을 타결지었다. 협상학회는 KT-SK텔레콤 주식스와프 협상을 당시 '올해의 딜'로 꼽기도 했지만 그는 정중히 수상을 거부했다. 남 사장은 "업계의 경쟁이 워낙 세니까 (친구 사이라고)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불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4반세기를 함께 하며 청춘을 다 바친 KT가 "생활의 중심에 서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남 사장의 꿈은 진행형이다. 그는 "회사가 보유한 핵심 사업역량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부해 기업과 사회가 동반성장을 이뤄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고객과 사회에 인정받는 '착한 기업 KT'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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