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았다. 다 바뀌었다. 한국 SUV의 대표주자 스포티지R. 1993년 미국의 잘 나가던 포드가 스포티지 판권을 넘기라고 했을 정도로 세계 최초 온로드 감각의 SUV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2004년 프레임바디에서 모노코크로 부활한 2세대 뉴 스포티지는 소형차 SUV 시장에서 1위를 내놓지 않으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에 나온 3세대 스포티지R은 스포티지 시리즈의 완성판이다.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안전성을 결합한 도심형 크로스오버차량(CUV)으로 진보성을 더했다. 지난 달 30일 기아차 광주 공장 인근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스포티지R을 직접 타봤다. 외관의 가장 큰 특징은 세단의 승차감을 위해 전고를 대폭 낮췄다는 점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6cm나 낮아진 1,635mm로 박스카 쏘울(1,610mm) 수준까지 내렸다. 반면 전폭은 1,855mm로 3.5cm가 커졌다. 전고 후저 타입으로 전고와 루프 끝단의 차이가 8cm 가량이나 된다. 세단보다는 높고 SUV보다는 낮아 운전 시안성(시야 확보의 정도)과 승차감을 적절히 확보할 수 있는 게 포인트다. 그러면서도 뒷 문을 ㄱ자 형태로 꺾어서 승용 감각을 살려냈다. 기아 패밀리룩은 스포티지R에도 묻어났다. 무광 실버 컬러가 적용된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가 연결돼 깔끔한 이미지다. 대형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던 프로젝션 헤드램프에 K7에서 본 적 있는 갈매기 모양의 LED 라이트가이드가 기아차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 시승은 광주~영광 30여km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이뤄졌다. 가속페달을 밟자 184마력 40토크를 내는 R엔진의 힘이 느껴졌다. 단지 아쉬운 것은 시속 80km까지 가속이 될 때까지 롤링 현상이 살짝 느껴졌다는 점이다. 시속 100km가 넘어가면서는 탁월한 고속 안정성을 발휘했다. 이는 저속에서는 핸들을 가볍게, 고속에서는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이 적용된 덕분이다. 스포티지R이 대표적으로 손꼽는 세단 수준의 승차감은 곳곳의 요철에서 실감했다. 시속80km 이상 고속에서도 세단을 뛰어넘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압권이었다. 이는 기존 듀얼링크가 아닌 멀티 링크가 적용돼 빠르게 노면의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인데 특히 독일 삭스사의 진폭 감응형 댐퍼 덕분에 SUV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이 부드러웠다. 핸들 아래 연비 액티브 에코 시스템(경제운전기능) 버튼을 누르자 밟아도 살짝 둔탁한 느낌이었다. 출력이 낮아지면서 연료 소모가 줄었다. 평소 출퇴근시 유용할 것 같았다. 공인 연비가 리터당 15.6km지만 이 기능을 통해 연료 소모를 최대 6%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넓어진 전폭 덕택에 뒷자리가 여유로웠다. 기아차 측은 저학년 자녀를 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고 하지만 어른이 앉기에도 넉넉했다. 2열 시트를 접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세 명이 여유롭게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적재공간이 마련됐다. 신차답게 동급 최초의 새로운 사양들이 대거 탑재됐다.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빗방울이 튀어도 잘 묻지 않는 아웃사이드 미러, 운전석 통풍 시트 등은 야심작 스포티지R의 매력도를 더욱 높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