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열린 뉴욕 소더비의 '현대미술 경매'에서 재불작가 남홍(53ㆍ사진)의 유화 '장밋빛 인생, 리사이클링 인생'이 6만2,500달러(약 8,400만원)에 팔렸다. 252점의 출품작 중 4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추정가를 웃돌며 낙찰된 것일 뿐 아니라 현대미술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동시대 세계 미술인과 당당하게 경쟁한 결과라 더욱 의미있다. 남홍의 이름이 국내 화단에 알려진 것은 10년이 채 안 된다. 대학에서 미술이 아닌 불문학을 전공했고 부모가 반대한 화가 남편과의 결혼을 위해 20대 중반이전 1982년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과의 단란한 생활, 여자로서의 행복은 충만했지만 이국 땅에서의 고독감, 채워지지 않는 열망이 내 안에 쌓였다"며"때문에 뒤늦게 '파리 8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해 박사과정까지 밟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2001년에 프랑스문화협회로부터 '황금 캔버스상'을 받았고, 다음해 파리에서 열린 '유럽아트페어'에 유일한 한국작가로 초대됐다. 2006년 파리16구청에서 열린 한불수교 120주년 초대전에서는 촛불로 화폭을 그을리고 천을 찢는 등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는 열정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원색을 많이 쓴다. 물들인 한지를 태운 다음 그림 위에 콜라주 형식으로 붙이고 그 위에 덧칠을 한다. 불로 화폭을 살짝 그을리기도 하고 음료수캔과 병 등을 잘라 붙여 재활용과 재탄생의 의미를 담았다. 뉴욕에서 인기를 끈 작품도 이 시리즈다. "타버린 색지가 나비의 날개 같지 않나요? 대보름날 종이를 태워 날리던 할머니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시작했어요. 새가 되어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의 발산이기도 하고요." 본명은 이남홍으로 절제의 미학을 구사하는 서양화가 이강소 화백이 작은 오빠이고 2002년 작고한 이강자 화백이 큰언니다. 2년만의 한국전시가 통의동 진화랑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여류 작가들의 열정을 공통분모로 일본의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와 2인전 형식으로 꾸민 전시로 각 20여점씩 작품을 선보인다. (02)738-7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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