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글로벌의 오만함

#장면1: “그래서 그 펀드는 어떤 주식을 사들였어요?” “한참 찾아봐야 하는데…. 사실 일반 투자자들 이런 거 잘 모르잖아요.” #장면2: “펀드매니저 경력이 어떻게 되나요?” “본사에 연락해야 하는데 한 2시간쯤 지난 뒤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국내 진출해 있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꽤나 짭짤했다. 해외펀드 열풍으로 6개월 새 무려 12조원가량의 자금이 몰리면서 부진한 운용 성과에도 불구, 수탁고가 상당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찾는 상품 종류도 다양해 이제 한국에서는 전세계 펀드를 한자리에서 찾을 수 있게 됐다. 당연히 글로벌 운용사들은 이를 놓칠 새라 시시때때로 신상품을 출시하며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펀드 홍보에 열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가끔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러이러한 스타일로 만든 펀드다”라고 30여분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회사 직원에게 해당 펀드의 편입 종목을 물어보면 멍하니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투자 종목이나 벤치마크 지수를 보지 않고 어떻게 펀드를 분석하느냐고 물으면 “사실 일반 투자자들은 관심도 없지 않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펀드매니저의 간단한 약력을 요청했더니 약 5시간 후에서야 “드디어 알아냈다”며 연락을 하는 경우도 수 차례 겪어봤다. “본사가 해외에 있는데 미디어와 접촉을 엄격히 제한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갖다 댄다. 이러면서 “그래도 한국에서 꽤 많이 팔린 펀드니 믿을 만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대응한다. 외국계 기업 하면 으레 ‘합리적이다’ ‘지켜야 할 룰(rule)에 충실하다’ ‘소비자(투자자)의 입장을 중요시한다’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같은 인식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상품의 기초정보조차 쉽게 제공하지 못하면서 그저 물건만 많이 팔아보겠다는 태도는 투자자들을 ‘봉’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투자자들도 이제는 글로벌이라는 위명 속에 숨겨진 ‘거만함’을 간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