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이 어른들만의 몫은 아니잖아요. 내 집 앞 가로수를 다시 보는 게 환경 사랑의 시작이죠." 지난 25일 개막해 30일 폐막하는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열린 2006 툰자 국제 어린이환경 콘퍼런스(TICC)에 참가 중인 백유나(14)양과 백병걸(11)군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의젓한 모습으로 "환경 살리기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했다. TICC는 UN 산하 기구인 UN환경계획(UNEP)이 2년마다 한번씩 주최하는 세계어린이 환경대회. 전세계에서 환경활동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들이 UNEP의 초청을 받아 워크숍과 토론 등을 진행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올 대회엔 전세계 67개국 10~14세 어린이 200여명이 참가해 '나무를 살리자, 우리의 폐를 살리자(Save a tree, Save our lungs)'라는 주제로 회의를 가졌다. 8명으로 구성된 한국 어린이 대표의 일원으로 참석한 백유나ㆍ병걸 남매의 환경보호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TICC 10주년 기념 행사로 일본에서 열린 세계 어린이 환경대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백양은 2년 전인 2004년부터 UNEP 한국위원회에서 활동하며 '200년간의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해 발표를 가지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들 남매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피지로 떠난 가족 여행이 계기가 됐다. 선교를 위해 떠난 그 곳에서 화장실 변기물조차 마음대로 못 내리고 물 한 컵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신기한 모습'에 놀란 이들은 한국에 돌아온 뒤 부모를 졸라 국내 환경단체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백유나ㆍ병걸 남매가 이번 말레이시아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주제는 '도심의 훼손된 가로수 살리기'. 백유나ㆍ병걸 남매가 발표한 내용은 UNEP 공식 홈페이지에서 콜롬비아의 '천연기념물 나무 되살리기', 남아공의 '성스러운 숲 살리기' 주제와 함께 올 말레이시아 콘퍼런스에서 주목한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백양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주위의 가로수가 얼마나 훼손됐고 방치돼 있는지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친구들에게 가로수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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