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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추병직장관 前上書
입력2006-10-25 18:22:54
수정
2006.10.25 18:22:54
[기자의 눈] 추병직장관 前上書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장관께서는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1년6개월 동안 단 한번의 흔들림도 없이 줄곧 '집값 안정론'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8ㆍ31대책, 3ㆍ30대책 등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각종 작품을 내놓았고 강남을 대체할 유일한 신도시로 불렸던 판교 신도시의 두 차례 동시분양도 무난하게 치렀습니다.
그리고 장관은 지난 23일 오전 예고 없이 브리핑실을 방문, '분당급 신도시 추가 건설'이라는 매머드급 주택 공급 계획으로 또다시 언론과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책 협의 대상 부처들조차 발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발표 방식은 "신선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장관의 발표에 뒤이은 건설교통부 직원들의 대응도 화젯거리입니다. 후보 지역 정보가 사전에 유출될 경우 우려되는 혼란과 투기 세력 유입을 막기 위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습니다. 언론의 빗발치는 문의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힌트를 통해 잘 생각하면 답이 나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도 무척이나 세련된 대응이었습니다. 건교부의 힌트로 답을 알아낸 센스 있는 투자자들이 유력 후보지를 찾아나서고, 벌판에 지어져 미분양 상태로 방치돼 있던 나홀로 아파트조차 밤샘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사들이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유례없는 진풍경은 어려운 시기에 볼 수 있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의문이 남습니다. 만약 장관께서 기습적으로 발표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던 신도시가 언론의 예측대로 K 지역이라면, 따지고 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을 과대포장한 것밖에 안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계획을 세워 택지지구 지정 신청까지 한 것을 마치 특단의 대책인 양 내놓은 꼴이 되는 셈입니다. 확대지정 후보지 역시 이미 해당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던 내용들이니 역시 신선함이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만약 건교부의 힌트에 '이게 정답'이라며 성급하게 답을 썼던 언론의 예측이 '모범답안'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판명 난다면 그때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언론은 국민들로부터 '무책임한 추측보도'에 따른 뭇매를 맞아 마땅할 것입니다.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언론이 오답을 쓰도록 엉뚱한 힌트를 줬다는 '오해'로 건교부가 자칫 도매금으로 욕을 먹을까 걱정입니다.
불길이 거셀 땐 맞불로 잡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불길이 번질 곳에 먼저 불을 놓아 탈 수 있는 여지를 없애자는 것입니다. 집값 급등에 '신도시 공급 확대'라는 맞불을 놓은 건교부가 혹시 바람의 방향을 잘못 잡아 그 불길이 더욱 거세게 만든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입력시간 : 2006/10/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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