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과 동시에 복수국적을 갖게 된 해외주재원 자녀나 외국인 고급인력, 외국국적을 가진 고령의 재외동포 등에게 복수국적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22세 이후에는 병역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만으로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이중국적이라는 용어도 복수국적이라는 용어로 대체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적법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복수국적을 가진 한국인의 국적이탈을 막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우리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자국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허용 대상은 ▦글로벌 고급인력 ▦결혼이민자 ▦해외입양 이후 우리 국적 회복한 자 ▦국내에 거주목적으로 귀국한 65세 이상 해외동포 ▦미성년자 등이다. 국내 출생자로 20년 이상 거주하거나 2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한 자 등 사실상 한국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외국인도 복수국적이 인정된다. 화교 1ㆍ2세나 선교사 후손 등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현행법에는 외국인이 우리 국적을 취득했을 때 6개월 안에 외국국적을 포기해야 하고 기한 내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잃도록 돼 있다. 법무부는 그러나 복수국적자가 국내에서 외국인으로서의 지위와 내국인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누리는 폐해를 막기 위해 '외국국적행사 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복수국적자가 공무원 등 외국인이 수행할 수 없는 분야에 취업할 때는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원정출산 등으로 외국국적을 보유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만 22세 이전에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면 우리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22세 이후에는 병역의무를 이행한 경우에 한해 복수국적이 가능하다. 개정안은 또 해외 우수인재에 한해 '5년 이상 국내거주'라는 국적취득요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복수국적자가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는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복수국적자가 일정기한 내 국적을 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이 자동상실되던 규정을 바꿔 1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국적선택명령제도'도 도입된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복수국적자가 우리나라에 적대적 행위를 하거나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복수국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우수 외국인재와 해외입양인에 대해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결혼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로 허용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번에 새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국익에 필요한 해외 우수인재나 선천적 복수국적자,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면서도 병역자원 유출 등 부작용과 사회적 위화감을 최소화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두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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