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의 경기침체 전망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으로 3개월 만에 배럴당 120달러 이하로 떨어진 가운데 원유 트레이더들은 큰 변수가 없는 한 향후 2개월 안에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베팅을 걸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원유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향후 원유 가격의 하락에 대비해 풋옵션(계약만료일 이전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밑도는 풋옵션 계약은 지난 6주 동안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날 행사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인 12월 선물 풋옵션 거래는 4만6,000계약에 이른다. 이는 지난 6월 말보다 무려 135%나 급증한 것이다. 이날 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선물가격은 전일보다 2.24달러(1.2%) 급락한 배럴당 119.17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1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5월2일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는 사상 최고가인 지난달 11일의 147.28달러보다 20%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의 경기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2.0%로 동결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됐다. 미국의 석유소비는 지난해보다 평균 2% 이상 줄었으며 마스터카드 조사에서 미국 내 휘발유 수요는 15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OPEC이 현재의 원유생산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급 우려가 완화됐다. 쿠웨이트의 모하메드 알-올라임 석유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유가가 크게 떨어지더라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기지구(IEA)에 따르면 OPEC은 6월 하루 3,240만배럴을 생산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하루 180만배럴 증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OPEC이 7월 들어 추가 증산에 들어가 하루 3,260만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그동안 빡빡했던 수급상황이 점차 개선되는데다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가 유가를 점점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존 리드 UBS 상품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품가격의 하락은 상품시장의 버블이 터지며 강세장이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상품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급등 사이클)이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단기적으로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사이먼 워델 글로벌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지금 같은 추세로 떨어질 경우 2개월 후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 될 수 있다”며 “중동과 허리케인이라는 변수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다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캐빈 노리시 바클레이스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석유시장의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국제유가는 앞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배럴당 115달러에서 14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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