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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다문화가족 교육 지원>
입력2010-07-21 14:48:39
수정
2010.07.21 14:48:39
권홍우 편집위원 hongw@sed.co.kr
‘한국인은 섹스만 밝히는 살인집단.’ 베트남의 요즘 분위기가 딱 이렇다. 스무 살 꽃다운 처녀가 아버지뻘의 한국인 남자에게 시집간 지 7일만에 살해 당한 사건의 후폭풍이다. ‘아무리 그래도 베트남 현지의 반응은 한국인 전체에 대한 매도’라고 여겨진다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의 처녀들이 팔려가듯 외국에 나가 차별과 폭압에 시달린다면 참을 수 있을까.
베트남에 거대한 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탓티황옥 살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곳곳에 시한폭탄과 지뢰가 깔렸다. 외국인과 결혼으로 이뤄진 다문화가족에서 새터민(탈북자)과 입양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한국인 집단’에는 위태로운 미래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과도한 해외유학도 마찬가지다.
<반한 감정의 끝이 두렵다>
다문화가족부터 살펴보자. 정부가 급히 내놓은 한국인 배우자의 소양교육 의무화, 결혼 사증 발급 심사기준 강화 같은 대책은 늦은 감이 있어도 일단 평가할 만 하다.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새롭게 탄생할 다문화가족에 대한 대책에 못지 않게 기존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교육 분야가 특히 그렇다.
다문화가족의 2세 교육 문제는 짧게는 3~4년, 길어도 10년 후에는 사회적 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입학 전후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는 학업 부진이라는 공통점이 나온다. 두 가지 이유 탓이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엄마의 영향으로 인해 어휘력이 부족한데다 사교육 경쟁에서도 처지는 아이들의 성적은 대부분 하위권을 맴돈다.
구조적인 교육 불평등의 끝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무한 경쟁이 강요되는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이 받게 될 상처가 부모와 사회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이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녀의 미래를 희망으로 삼는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가족 전체의 동기 부여가 사라져 빈곤이 고착되고 최악의 경우 반사회적 집단화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연 다문화가족은 잠재적인 부담 요인일까. 생각의 방향만 약간 튼다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자산이다. 아이들을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과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인재로 키워낸다면 다문화가족은 모두를 위한 축복일 수 있다. 검토 단계이지만 정부 각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이중언어 교육, 외고 입시 할당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런 점에서 반갑다. 예산이 뒷받침되고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고 실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국제화라는 동일 맥락에서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자산이 있다. 바로 입양아들이다. 한때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에 묶여 있을 정도로 많은 수가 해외로 보내진 입양아들을 한국과 입양국가를 연결하는 인재로 활용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근원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입양아는 물론 주요 입양국가를 찾아가는 언어와 역사 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국제 인력으로 키우는 노력 절실>
들어오는 인력 뿐 아니라 나가는 인재 역시 문제다. 해마다 약 45억 달러씩 적자를 안기는 유학과 연수가 투자만큼의 과실을 가져올까. 급증하는 유학생 중에 소수의 최우수인력은 해외에 남는다는 사실은 유학을 최정점으로 삼는 사교육 투자의 과실이 외국에 돌아가고 국내에 파급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비용만 지출한 채 인력 수급에 실패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다문화가족과 새터민ㆍ입양아들은 국내 인력부족을 매워 주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인적자원임에도 유무형의 차별 장벽에 갇혀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 보인다. 유입 인력과 유학생 문제까지 총괄적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장기 비전과 행정ㆍ법률 장치가 바로 그 것이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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