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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일본 등 '양적 완화' 끝나가나

경기회복 신호·인플레 우려에 '돈줄 풀기' 신중<br>EU·英,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인하 마침표<br>"채권매입 지속화되 추가유동성 공급은 안해" <br>美·日도 "향후 통화정책 기조 바꿔야" 목소리


올 들어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즉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끝날지 주목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면서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팽창이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금리를 각각 1%, 0.5%로 동결해 지난해 10월부터 숨가쁘게 이어온 금리인하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BOE는 유동성 공급을 위한 채권매입에 대해서도 “종전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BOE는 지난 4월 경기부양을 위해 750억파운드의 채권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500억파운드어치를 추가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CB는 이날 금리동결을 선언하면서도 채권매입을 통한 통화공급,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은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CB는 5월 발표한 600억유로(약 85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 본드 매입을 오는 7월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매입대상은 AA급 이상의 만기 3~10년짜리 채권이며 2010년 6월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ECB는 추가 채권매입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채권매입이 통화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나는 이를 양적완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CB의 금리동결과 채권매입이 참가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현재 금융위기가 지나친 유동성 공급으로 발생한 것인데도 세계 각국이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하려 한다”면서 “이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과잉 유동성을 경고했다. ECB의 이번 결정은 역내 경제가 내년까지 침체될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경제 성장률을 종전보다 낮춰 올해 -5.1~-4.1%, 내년에는 -1.0~0.4%로 전망했다. 물가는 올해 0.1~0.5%에 머물고 내년에도 0.6~1.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 역시 양적완화를 지속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10%로 동결하면서“경제상황이 나빠지고는 있지만 급격하게 감소했던 수출과 생산이 나아지고 있다”면서 경제판단 수준을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BOJ의 이 같은 경제판단 상향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 등 경기부양을 위해 취했던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관심은 BOJ가 9월 말 끝나는 양적완화를 연장할지 여부다. 최근 공개된 BOJ의 4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통화위원은 “지금까지 적용된 예외적이고 한시적 조치들을 어떻게 제거할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양적완화의 추가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은 3월 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3~24일 개최되는 6월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 수준이어서 추가 국채매입 확대 여부가 관건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통화정책의 긴축선회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연방은행 총재들은 돈줄을 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는 3일 한 연설에서 “FRB가 이제는 긴축으로 선회해야 할 때”라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 전에 시장의 경고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기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라며 “이는 시장이 재정적자와 양적완화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 경기의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5월 주택가격이 전달에 비해 2.6% 상승하며 주택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역시 5월 주택판매가 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하고 실업자 수(실업수당 수령 기준)가 5개월 만에 감소했다. 경기회복 신호에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가세하면서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4일 68.81달러를 기록하며 70달러 목전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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