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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려면
입력2007-07-19 17:52:10
수정
2007.07.19 17:52:10
“진작 알았으면 벌써 왔을텐데…”
지난달 말 싱가포르 오차드거리의 한 민박집에서 만난 주부 A씨는 기자에게 좀더 일찍 자녀들을 데리고 왔어야 한다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민박집에는 두명의 자녀를 둔 A씨 뿐만 아니라 모두 다섯 가족이 머물며 자녀들의 학교 편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찾는 곳도 하나같이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가 아니다. 대신 영어로 수업하고 학비도 저렴한 싱가포르 공립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확실한 우열반 제도에다 예체능 교육까지 갖춰 나무랄데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인 여승무원 B씨. 그녀는 “외국인이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여성차별이 없다”며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하고 또 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두바이에서 만난 외국인 회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하기 좋은 회사, 살기 좋은 두바이’를 설명하느라 바빴다.
국제도시인 싱가포르와 두바이 어디를 가도 외국인이라서 불편한 점을 찾기 힘들었다. 간단한 영어만 되면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 치안 역시 확실했고 외국인 차별도 느껴지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근무중인 한국인 회사원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하면 ‘프로텍트 존’(보호구역)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글로벌 탤런트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인재허브’ 도시들은 이처럼 인간이 살기 좋은 곳이었다. 교육과 의료ㆍ공공 부문의 서비스 수준이 높았고 외국인을 배척하는 대신 ‘인종의 용광로’였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물가는 동경보다 비싸고 툭하면 노사분규와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불안한 사회. 사교육 때문에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고 있지만 ‘우물안 개구리’ 수준의 대학과 평등을 내세워 하향 평준화를 강요하고 있는 정부. 글로벌 탤런트들을 어렵게 데리고 와선 “얼마나 잘 하나 두고 보자”며 흠부터 잡으려는 배타적 국민성 등.
국제도시 한두개 만든다고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고쳐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 개방된 사회로 만드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 길만이 글로벌 탤런트들을 마음껏 춤추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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