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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국제 금융시장 위기 바로알자

국제 금융위기는 지난 400년 동안 주기적으로 일어 났다. 1637년 네덜란드의 튤립꽃 버블을 비롯해 18세기에 8번, 19세기에 18번, 20세기에는 1929년 10월29일 ‘검은 화요일’을 위시하여 최소한 33번의 금융위기가 있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국제금융위기는 대부분 1945~73년 사이에 지배했던 브레튼우즈 (Bretton Woods) 국제 고정환율 제도의 붕괴 이후 보다 더 유동적인 환율제도하에서 일어났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또 19세기까지의 국제 금융 위기는 튤립꽃 사업ㆍ철도사업ㆍ남미 광산업 등에 과도한 투기성 자본이 몰려 발생했다면, 20세기 이후 발생한 국제금융 위기는 주로 금융시장 내부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이유는 6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한 국제금융시장이 투기성 자본의 놀이터로 변질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의 금융ㆍ자본 시장은 해당국 금융감독 기관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운용되고 있지만 반대로 국제 금융시장은 그 태생부터가 국제적 금융감독기관의 미성숙 내지 부재때문에 보다 자유자재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장점이면서도 또한 쉽게 위기를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을 낳았다. 68년 가을 필자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준비과정 시험들을 다 통과한 뒤 오랫동안 궁리 끝에 국제자본시장, 그 중에서도 국제채권시장 연구를 결정했는데 지도교수는 이를 한마디로 거절했다. 이유는 57년 생긴 유로달러시장이라는 첫 국제금융시장의 역사가 겨우 10여년밖에 안됐고, 국제채권(유로본드)시장은 더더욱 일천해 왜 그런 논문으로 모험을 하느냐는 지도교수의 염려때문이었다. 필자는 세계경제가 발전하자면 국제 금융ㆍ자본 시장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끈질기게 설득해 마침내 지도교수의 허락을 받아 논문을 쓸 수 있었다. 국제금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필자는 그 당시 국제자본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세계은행 국제금융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세계은행ㆍ아시아 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들은 선진국 납세자들의 돈으로 후진국들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제 자본시장에서 직접 장기채권을 발행해 기채한 돈을 쓰기 때문에 초기 국제자본시장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2차 대전 직후 국제금융 활동이 전무할 때 세계은행은 미국 월가에서 처음으로 양키본드를 발행하고 스위스 자본시장에도 들어가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등 전후 국제 자본시장 발전에 괄목할 만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이 뉴욕 월가와 영국 런던 금융가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73년에 터진 국제 유류파동 이후부터다. 중동 산유국들은 70년대 초 배럴 당 3달러였던 국제유가가 70년 대 말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자 갑자기 불어난 석유달러로 벼락부자가 됐다. 석유 달러는 오늘의 현대그룹을 가능하게 했던 중동 건설붐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유로 달러 시장의 양적 팽창을 가져와 이 돈을 좋아라고 빌려간 중남미ㆍ동남아ㆍ동유럽 후진국들이 80년대 초 혹독하게 치렀던 외채 위기의 빌미를 줬다. 지난 40년간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 두 가지는 지난 20여년 동안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로 팽창해 세계 GDP의 10배에 달하는 450조달러 규모로 성장한 파생상품 시장과 지난 10여년간 급성장해 거의 미국 GDP에 맞먹는 10조달러 규모의 채권화(Securitization) 상품 규모다. 요즘 문제가 된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지난 5년간에 급성장한 상품으로 처음에는 새 주택구입용이 아니라 기존 모기지론의 리파이낸싱과 부채통합(debt consolidation)용으로 주로 써왔는데 3년~4년 간 신용 불량자들의 신규 주택 매입용으로 사용되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현재 서브 프라임 관련 채권화 상품 규모는 전체 채권화 상품 중 약 5%, 많아야 10%정도에 그친다. 서브프라임 부실문제는 현재의 위기 의식이 지나간 다음 내년께면 역사 속으로 잊혀질 또 하나의 여과성 국제금융위기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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