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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건설은 지난해 4월 법원의 파산선고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 때 시공능력평가 15위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이름 조차 없다. 이 회사가 이렇게 된 배경은 다름 아닌 고 분양가다.
벽산은 2007년 말 고양시 식사지구에 '위시티'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대대적인 분양에 나섰다. 총 7,211가구 규모지만 고 분양가에 발목이 잡혀 80%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은 것이다. 결국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유동성에 몰린 벽산은 파산선고를 받게 된다.
◇고 분양가의 뼈 아픈 기억들 = 경기도 파주시에 조성된 운정 신도시. 2006년 첫 분양 당시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이 넘었다. 지금도 넘기 쉽지 않은 고 분양가다. 이후 이어진 고 분양가 분양에 수요자들은 외면했다. 결국 2010년에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고, 2013년 8월에는 무려 미분양 물량이 2,826가구를 기록했다.
전세난으로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선 지금도 고 분양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 예로 파주 운정신도시 일부 단지는 지금도 2006년 당시 분양가 대비 30% 낮은 시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라건설이 주변 시세보다 20% 높은 3.3㎡당 1,297만원에 분양했던 '한빛마을 한라 비발디 센트럴파크'는 현 시세가 분양가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앞서 예를 든 벽산건설의 '일산 위시티' 역시 당시 주변 시세보다 30% 높은 3.3㎡당 1,450만원으로 분양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물산이 용인 수지구 동천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도 고 분양가 논란 속에 현재까지 분양가의 80% 정도에 시세가 형성된다.
◇ 주택시장 침체 등 연쇄 파장 = 문제는 이 같은 고 분양가가 소비자, 건설사 등에 모두 피해를 주고, 결국 주택시장의 침체 및 위축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고 분양가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미 입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건설사의 수익 악화로 연결되면서 취약한 업체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연쇄적으로 연결되면서 결국 주택시장 역시 큰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이 같은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부동산 경기가 좋아도 시장에서 용인되는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며 "지난달부터 쏟아지고 있는 분양 물량이 다 잘되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1순위에서 미달 되는 것도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변 시세를 무시하고 책정된 분양가는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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