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한 친구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에서) 많은 팬을 만나야 한다고 충고해줬습니다. 베르베르에게 말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당신 책보다 내 책을 더 많이 읽게 하도록 하겠다고요(웃음)."
'오르부아르'로 세계 3대 문학상(노벨문학상·맨부커상·공쿠르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64)는 10일 서울 중구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오르부아르'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방한 소감을 이처럼 재치 있게 밝혔다. 르메트르는 다른 작가들과는 조금은 다른 궤적의 삶을 살아왔다.
지난 1977년 성인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2000년대 중반까지 지역 공무원과 도서관 사서들을 대상으로 문학 세미나 강좌를 열다가 55세에 뒤늦게 등단했다. 22군데의 출판사에 보낸 원고는 22군데에서 전부 거절했지만 이후 생각을 바꾼 한 출판사 덕분에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렇게 출간된 첫 작품 '이렌'은 코냑추리문학페스티벌 소설상을 수상했고 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모두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르메트르는 '추리소설의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작품들은 "즐겁게 사는 염세주의자"라고 말하는 작가를 닮아서인지 대부분 어두우면서도 유쾌하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기성세대가 벌인 전쟁에 상처를 입은 두 젊은이가 위선적인 세계에 맞서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담은 소설인 '오르부아르'에도 작가의 작품세계가 그대로 투영됐다. 르메트르는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면, 어처구니없는 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며 "이 책은 바로 두 젊은 군인이 겪는 모험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다. 한국인도 한국인 나름의 고충이 있기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그에게 노벨문학상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면 당연히 받겠습니다(웃음). 혹시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제 이름을 말해주세요."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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