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700명이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연말까지 교통안전 관리를 강화해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500명 이하로 줄이겠습니다."
오영태(60·사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김천혁신도시 교통안전공단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지난해보다 200명 이상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4,762명이었다. 지난 1978년 이후 36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4,000명대로 줄이는 성과를 일궈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오 이사장은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보면 OECD 평균이 1.1명인데 우리나라는 2.0명에 달한다"며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지속적으로 줄여 2020년에는 OECD 평균에 근접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줄이기 위해 '3E'를 제시했다. 그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톰 밴더빌트의 저서 '트래픽'을 살펴보면 부패한 국가일수록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에서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Education), 단속(Enforcement), 시설(Engineering) 등 3E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단속과 시설 보강은 각각 경찰청, 중앙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어서 교통안전공단은 교육적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철도차량·항공기 정기검사 등 하드웨어 안전관리업무를 주로 하지만 최근에는 전 좌석 안전띠 매기 등 소프트웨어 측면도 강화하고 있다.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집중 추진하는 업무 중 하나는 교통안전 체험교육. 오 이사장은 "운전자들이 모의 차량을 통해 빗길·눈길에서의 주행, 추돌사고 발생 등 다양한 상황을 체험하면서 안전운전의 중요성과 위기대처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라며 "이러한 교육을 받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사고 건수가 59%, 사망자 수가 68% 감소하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교통안전 토론회와 캠페인도 강화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15개 시·도지역에서 정부 관계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통사고 감소방안 연구결과 발표, 지역주민의 교통안전 아이디어 제안 등 교통안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시민 아이디어로 나온 '중앙분리대를 야간에 잘 볼 수 있도록 형광색으로 도색하자' 등의 내용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달엔 '교통사고 없는 대한민국 만들기 다짐대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식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짐대회에 제시된 슬로건은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 실무진이 제안한 슬로건은 '사람이 우선, 교통은 차선'이었지만 오 이사장이 '교통'이라는 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며 직접 고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가 초등학교 4학년생이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인기를 끈 것처럼 슬로건이 쉬워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택시·버스와 같은 영업용 차량의 교통법규위반, 난폭운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 이사장은 "최근 대다수 영업용차량에 디지털 운행기록기를 장착해 운전자가 과속, 급차선 변경 등 12가지 위험행위를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디지털 운행기록기에서 위험 운행지수가 높게 나온 운전자들을 집중 교육해 안전운행을 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수 감축과 더불어 조직개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홍보·기획 등 본사 인원을 줄이고 교통안전 등을 담당하는 지역본부 인원을 늘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현장 방문 등 직원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연말까지 본부 조직을 최소화하고 기능이 중첩되는 부서는 과감히 통합할 계획"이라며 "현장 직원들의 불편사항을 접수해 개선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빨리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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